최근 문화예술계의 화두는 미투 운동이다. 수많은 연출가와 배우들이 과거에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지원 대표는 이에 대해 “예술계의 부끄러움이자 상생이 사라진 경쟁사회의 민낯”이라며 “예술계 내부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상호 간의 존중·배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경쟁 끝에 권력이 생기면 그 권력을 악용하는 몹쓸 행태가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폐쇄적인 집단에서는 수직적인 문화가 생기고 이는 부조리로 이어진다”며 “이런 문화에 침묵하기보다는 공론화해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예술의 근본은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가 아니라 다양성과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리틀빅픽쳐스는 어떤 기준으로 배급할 영화를 결정할까. 일각에서는 ‘리틀빅픽쳐스는 다양성에 치중한 나머지 돈이 안 되는 영화만 배급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당연히 돈을 벌 수 있는 영화가 제일 좋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 역시도 “사실 돈이 되냐 안되냐는 개봉 전까지 알 수 없더라”며 “영화로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명확하게 제시하는 감독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감독이 어떤 의식과 의미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블록버스터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를 선호해요.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깊이 있고 입체적인 영화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 취향대로 배급할 영화를 고르는 건 말이 안 되죠. 직원들과 치열하게 논의하고 일반인의 모니터를 거친 후 배급할 영화를 선정합니다.”
영화계에서 트렌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를 기획해 촬영하고 개봉할 때까지 적어도 3년 이상이 필요하다. 3년이면 사회도, 정권도, 트렌드도 다 바뀔 시간. 배급사의 안목이 중요한 이유다. 권 대표는 “자신에게도 소비자의 특성, 시대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확실한 만족감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메인 콘셉트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가 아플 만큼 웃겨주거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감동을 주거나 주연 배우를 비롯한 볼거리를 보장하거나, 그중 한 가지는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애매한 영화보다는 만족감 한 가지를 제대로 주는 영화는 입소문도 잘 나고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권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영화를 관람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관객들이 자신의 취향을 갖고 영화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작자들도 그 취향에 맞는 영화를 만들고 이는 영화의 다양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화제가 된 영화에 대해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라고 감상평을 보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세에 따라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영화를 보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더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