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일화가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세종대 지도 교수직 등 모든 걸 내려놓는다. 출연 예정이던 드라마에서도 이름이 빠졌다. ‘성추행 사건’에 책임지기 위해서다. 다만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최일화는 지난 25일 스스로 성추행 사실을 고백하고 사과했다. 그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저와 연루된 게 있다면 자진해서 신고하고 죄를 달게 받겠다. 오로지 죄스런 마음뿐이다”라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 (미투 운동) 폭로 글로 피해자의 신상이 밝혀져 또 다른 피해를 입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연극 작업 중 성추문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한 입장 발표다. 최일화는 “사태가 터졌을 때 바로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겁이 나는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늦었지만 꼭 사죄를 하고 싶었다”며 “저의 잘못을 인정하고 협회장직을 내려놓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 사실과 진실에 따라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추가폭로가 있었다. 연극배우를 지망했다던 한 네티즌은 최일화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한 것. 그는 “몇 년 전 성추행만 있었는가. 신시에서 애니깽할 때 성폭행하고 얼마 후 강제로 여관에 끌고 가려해 소리 지르며 저항하자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해서 길에 쓰러지게 한 일. 그 이후 극단을 나와 은둔생활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성추행 자진고백으로 성폭행을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최일화는 처음 성추행에 대해 고백할 때 ‘피해자의 또 다른 피해’를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잘못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도 있는 상황.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최일화는 소속사를 통해 공식입장을 다시 전했다. 그는 “배우의 한사람으로 성추행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당시엔 그것이 잘못인지도 몰랐던, 가볍게 생각했던, 저의 무지와 인식을 통렬히 반성한다.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다시 사과했다.
그러나 성폭행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앞서 자진고백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으로서 책임감과 죄책감을 가지며 본인 또한 현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현재 맡고 있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와 영화·광고, 세종대 지도 교수직 등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마무리했다.
최일화는 연극, 드라마, 영화 등에서 내공을 쌓아온 배우. 최근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 캐스팅되는 등 브라운관 및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활발히 활동 중이기도 하다. MBC 측에서는 최일화 사태를 접한 후 그의 하차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 이어 최일화 배역 교체를 최종 확정하면서 앞으로 촬영현장에서 성추행, 성희롱 사건이 일어날 경우 엄중히 대처할 것을 약속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