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 김영철에 ‘2단계 비핵화’ 제시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비공개 접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2단계 해법을 제시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국제사회가 단계별 상응조치를 협의하고 최종적으로 핵을 폐기한다는 게 골자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비핵화’ 언급이 있었음에도 김 부장이 “북미대화에 충분히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비핵화’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과민반응을 보였던 이전의 태도와는 분명 다르다. 김정은의 메시지가 담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2단계 비핵화’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흐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의 비핵화 해법은 1단계에서 북한이 핵 동결을 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에 나서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멈추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백악관이 김영철의 ‘대화 용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북이 먼저 행동으로 보이라는 표현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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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북미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는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을 조금이라도 피하고자 하는 속셈이 깔려 있다. 그만큼 미국 중심의 대북제재 효과는 강력했다.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노력은 계속하되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긴다면 북한은 이를 제재완화나 한미연합훈련 중단 같은 상응조치 요구로 연결할 게 뻔하다. 이는 지금까지 쌓은 비핵화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리는 것은 물론 한미동맹을 약화시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과거 우리가 수없이 당해온 북한의 ‘먹튀’ 전철을 또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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