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의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뜨겁게 달궜던 태극전사들이 감동 드라마의 추억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다 메달을 획득하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살린 선수들은 26일 대한체육회가 강원 강릉선수촌에서 진행한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에 참석해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했다. 해단식에는 남자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오른 ‘빙속영웅’ 이승훈(30·대한항공)을 비롯해 컬링 열풍을 몰고 왔던 여자 컬링 대표팀, 아시아 첫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강원도청),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2·한국체대), 여자 3,000m 계주 우승에 한몫한 김아랑(23·한국체대) 등 선수와 임원 184명이 참석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평창올림픽에 선수 146명을 포함해 역대 최대인 221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태극전사들은 종합 4위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6개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 ‘메달밭’을 확장하고 금 5, 은 8, 동 4개 등 17개로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하며 종합 7위에 올랐다.
선수들은 해단식 후 올림픽 기간에 머문 선수촌 801동을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점심식사를 마친 뒤 대한체육회가 준비한 버스를 타고 종목에 따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태릉선수촌으로 각각 이동했다.
올림픽의 성화는 꺼졌어도 ‘대한민국호’는 멈출 수 없다. 4년간 구슬땀을 흘려 왔던 선수들은 잠시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벗을 수 있겠지만 끝은 또 다른 출발점을 뜻한다.
평창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컬링 대표팀은 인기를 실감할 겨를도 거의 없이 대회 출전을 준비해야 한다. 역사적인 은메달을 따낸 여자 컬링 대표팀은 다음달 17일부터 25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열리는 2018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팀 킴’ 김은정·김영미·김선영·김경애·김초희가 그대로 출격해 컬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평창올림픽 결승에서 맞붙은 스웨덴 역시 안나 하셀보리 스킵(주장)이 이끄는 팀이 그대로 출전팀 명단에 올라 리턴매치를 펼치게 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으나 평창에서 6위에 그친 홈팀 캐나다는 명예 회복에 나선다. 남자 컬링 대표팀도 다음달 31일부터 오는 4월8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나선다.
스키 메달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 결선 벽을 넘지 못한 프리스타일스키 모굴의 최재우(24)는 3월 초 일본 다자와코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월드컵에 출전한다. 그는 “아직 어리고 다음 대회도 있다”며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 도전을 다짐했다.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 대표인 김상겸(29)·최보군(27)·정해림(23)도 다음달 10일 스위스 슈쿠올에서 열리는 대회부터 남은 월드컵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한국 스키 최초 올림픽 메달(은메달)을 목에 건 ‘배추 보이’ 이상호(23)는 다음달 유럽에서 이어질 스도보드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고 휴식과 마무리 훈련으로 다음 시즌 새 출발을 기약하기로 했다.
평창의 열기를 이어갈 또 다른 ‘대한민국호’도 있다. 전 세계 장애인 선수들의 겨울 축제인 2018평창동계패럴림픽이 3월9일 막을 올려 18일까지 열린다. 패럴림픽 역시 1988년 서울대회 이후 30년 만에 우리 땅에서 다시 열린다. 49개국의 선수 570명과 임원 등 총 1,700여명이 참가하고 선수들은 6개 종목에 걸린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우정의 대결을 펼친다. 북한도 동계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하며 평창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개회식에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할 예정이다. 역대 패럴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 선수단은 노르딕스키와 알파인스키, 휠체어 컬링, 아이스하키 등의 종목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수호랑’이 맡았던 마스코트 역할은 ‘반다비’가 넘겨받는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