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이던 2010년 미국 국방부는 미 지질조사국(USGS)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희토류 부존량을 조사한 보고서를 받아든다. 미국의 키스 베로니즈가 쓴 ‘금속전쟁(2015)’에 따르면 USGS의 결론은 아프간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보고서는 이곳 매장량을 자그마치 1조 달러 어치로 추정했다. 미 국방부가 난리 통에도 남의 나라 희토류에 관심을 쏟은 것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한 안보 차원의 대응이었다. 이때는 국제 사회가 희토류를 외교 무기화한 중국의 위력을 절감한 시기다. 그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에서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금수조치에 중국인 선장을 억류 3일 만에 석방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자국 내 희토류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희귀금속인 리튬의 몸값이 천장을 뚫을 기세다. 국제시세는 2015년에 비해 3배나 치솟았다. 소니가 전자기기용 소형전지를 개발하면서 일반인에게 친숙한 리튬이온 전지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수요 촉진에 날개를 달았다. 돌의 그리스어인 ‘리토스’에서 이름을 따온 리튬은 가볍고 불에 잘 붙으면서 에너지 저장성이 높은 성질이 있다. 공기와 접하면 검은색으로 바뀌지만 결정체는 원래 은백색이다.
리튬이 또 한차례 슈퍼사이클을 타고 있다. 전기차의 등장이 기폭제다. 스마트폰에 필요한 리튬은 20~30g에 불과하지만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에는 최대 60㎏의 리튬이 들어간다고 한다. 리튬을 흔히 ‘하얀 석유’로 부른다. 자동차가 석유가 아닌 리튬배터리로 달리는 것에서 따온 용어로 2016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유래했다. 골드만삭스는 리튬을 ‘하얀 석유’로 지칭하고 2025년까지 수요가 3배 폭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포스코가 호주의 리튬광산 회사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는 낭보가 나왔다. 리튬 광구개발권 획득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명박 정부 이후 흑역사로 점철된 자원개발사에 한 획을 그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리튬생산 공장까지 완공했지만 안정적인 원료 공급 선이 없어 애를 태웠다고 한다.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가 빈사 상태에 빠져 해외 자원개발 길이 막혔다지만 민간기업이 나서니 그나마 다행이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