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젠 생산성이다]11시~2시엔 메신저 안받고 회의도 안해...집중근무로 효율 높인다

<상>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들

스마트워킹·업무성과 분석 등 온갖 방법 동원나섰지만

주야로 근무 돌리는 중기·협력사는 뾰족한 해법 없어

"탄력근로 단위시간 연장 등 기업애로 해소책 내놔야"

최근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회사원들이 늦은 밤까지 업무를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오는 7월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최근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회사원들이 늦은 밤까지 업무를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오는 7월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LG전자(066570)는 최근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당 40시간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국회에서 처리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 허용하는 주당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에서 아예 연장근무(12시간)를 뺀 수준에 가이드라인을 맞췄다. 이는 ‘스마트 워킹’을 조기 정착시켜보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근로시간 단축 속에서 생산성을 제고하느냐가 제도 연착륙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근태 관리를 위한 운영시스템’을 함께 도입했다. 직원들은 여기에 출·퇴근 시간, 업무 중 일과 관련 없이 허비한 시간 등을 자율적으로 표기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근태 관리 시스템과 업무 성과 분석 등을 통해 업무 집중도를 높일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둔 대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자칫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쪼그라뜨릴 경우 노동자 임금감소는 물론 기업 경쟁력 하락 등을 초래해 게도 구럭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잔·특근 최소화, 회의 간소화 등을 독려하고 있다. 하루 4시간, 일주일 40시간 이상 일하면 나머지 근무시간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미 지난 2016년 ‘컬처 혁신’을 선포하면서 해왔던 일이지만 최근 고삐를 바짝 죄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000660)도 3월부터 최소 근무시간만 준수하면 나머지 시간은 본인이 최대한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개편해 직원별 누적 근무량 등을 인트라넷에서 손쉽게 점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탄력 근로시간제 보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개월마다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도록 돼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시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늘리지 않으면 신제품 개발, 연구개발(R&D) 부서 등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재계의 한 고위 임원은 “스마트폰 등 가전 출시를 앞두고는 밤샘 근무가 일상화돼 있다”며 “이런 부분을 참작해 입법 보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임원은 “기업 애로가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퇴근 후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부분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을 넘지 않는 완성차 업계는 협력사의 납품 차질이 빚어질까 노심초사다. 부품업체가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생산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자동차 업계의 한 임원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 협력사들은 주야로 근무를 돌리는데 주당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협력사 타격은 불 보듯 하다”며 “완성차업체로 부작용이 전이될 우려도 있어 실태를 파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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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특근이나 야근이 더 잦은 중소기업계는 비용부담이 목에 가시다. 당장 사람을 적게 쓰고 생산성 향상을 꾀하려니 쓸 카드 자체가 마땅찮다. 그나마 여력이 되는 곳은 공장의 스마트화를 서두르고 있다. 플라스틱 배관제조업체 프럼파스트, 피스톤 제조사 동양피스톤, 자동차 부품업체 세창 등이 그런 사례다. 프럼파스트의 경우 최근 2억원을 들여 기존에 수작업으로 원재료의 투입 중량을 계량했던 것을 기계로 대체했다. 그 결과 생산성은 10% 늘어난 대신 불량률은 80% 줄었다는 설명이다.

유통·금융 등의 업종에서 일반적인 유연근무제를 강화한 곳도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LS오토모티브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유연근무제를 받아들였다”며 “스스로 필요한 스케줄에 맞춰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소프트웨어업체 제니퍼소프트의 R&D 부서는 아예 ‘집중 근무시간’을 지정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이 때는 회의, 메신저 쪽지 대응 등 다른 일은 일절 할 수 없다. 업무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어 짧게 집중해 일하자는 의미”라며 “주당 52시간 근로 시행을 앞두고 선제 조치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조선 등은 업황 불황, 교대 근무 정착 등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적다. 다만 스마트 공장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인공지능(AI)으로 불량품을 선별해내고 설비 고장을 예측하는 플랫폼도 구축했다. /이상훈·조민규·백주연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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