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하이일드 시장은 미국과 비교할 때 리스크가 낮습니다. 투자적격에서 투기로 떨어지며 추락한 천사(Fallen Angels)로 불리는 기업들이 투자등급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은 채권형 상품의 매력도를 떨어트리는 요소이지만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의 경우 이자 수익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2월27일 기준)간 전체 하이일드 펀드로 자금 5,300억여원이 몰리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유럽 하이일드, 특히 ‘피델리티유럽하이일드’ 펀드로도 1,102억원이 유입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펀드 운용자인 안드레이 고로딜로프(사진)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과거 유럽 하이일드는 미국 하이일드 대비 유동성이 떨어져 독립 자산으로서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품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모가 5배 이상 커지면서 현재는 미국 하이일드의 50%에 근접했다”며 “이제는 유럽의 경제여건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독립 자산군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고로딜로프 매니저는 유럽 하이일드 자산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유럽 하이일드는 BB등급이 70%, B등급이 25%, CCC등급이 5%로 구성돼 있다. CCC등급 비중이 약 15%에 달하는 미국 하이일드보다 안정성이 높다.
BB등급 채권 상당수가 기업 실적 회복에 등급이 올라갈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고로딜로프 매니저는 “글로벌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의 경우 추락한 천사지만 투자등급 회복 의자가 강력해 올해 중으로 투자등급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아르셀로미탈 외에도 펀드의 벤치마크에 속한 기업의 8분의1 이상이 1년 이내에 투자등급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로딜로프 매니저는 “현재 유럽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호황인 만큼 기업 실적과 현금 흐름, 신용도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는 4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프랑스 대선과 네덜란드·독일 총선, 스페인의 카탈루냐 독립 이슈 등 정치적 리스크가 많았지만 결과는 양호했기 때문이다. 고로딜로프 매니저는 “과거 선거를 앞두고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과 달리 현재는 유로존 해체나 유럽연합 탈퇴 등을 요구했던 급진주의적인 세력들이 많이 완화됐다”며 “다만 경제적인 포퓰리즘이나 소득불균형 등이 선거에서 긴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