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차이나머니로 배불린 글로벌자산 역풍 맞을까

中 당국, 무분별한 M&A 제동에

HNA그룹 10만명 인력 감축 발표

안방보험은 대형 자산 매각 나서

中 자본 글로벌 무대서 썰물 조짐

런던·뉴욕 등 부동산시장 위축 불보듯

0215A12 중국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과 기업들을 사들이며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던 중국 HNA그룹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중국 당국이 무분별한 해외 M&A에 제동을 걸면서 대형기업들의 경영위기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해외 자산을 집어삼켜 온 중국 기업들이 줄줄이 자산매각에 나설 경우 부동산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HNA가 글로벌 인력의 4분의1에 해당하는 10만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2월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개별기업이 시행하는 인력 구조조정으로는 전 세계에서도 최대 규모다.

해외 부동산시장에서 막강한 식욕을 자랑했던 HNA의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중국 기업의 문어발식 M&A를 저지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돈줄 죄기’가 기업들을 얼마나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당국은 지난 2016년 7월부터 중국 주요은행에 HNA에 대한 대출 연장과 신규 대출 금지를 지시했으며 해외 은행에도 자금을 지원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로 내몰린 HNA는 지난해 11월 기준 장단기 부채가 전년동기 비 36% 증가한 6,375억위안(약 109조원), 자회사를 포함한 부채는 무려 1조위안에 달할 정도로 빚더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첸펑 HNA 회장은 “그동안 해외 기업 M&A가 많았기 때문에 신규 자금 조달이 어려움을 겪는 유동성 문제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블룸버그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블룸버그


궁지에 몰린 HNA는 자금확보를 위해 영국 런던부터 미국 시카고·샌프란시스코, 홍콩 등 전 세계에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의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시장 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HNA그룹의 해외 부동산 규모는 140억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당국의 압박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이 HNA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중국 당국은 해외 불법자금과 불투명한 경영을 구실로 삼아 오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을 기소하고 그룹 경영권을 전격 인수했다. 글로벌 부동산 업계에서는 안방보험이 2014년 이후 M&A에 쏟아부은 자금만도 200억달러(약 21조5,30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들며 앞으로 안방보험이 보유했던 수조원대의 대형 부동산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그룹인 다롄완다도 지난해 7월 테마파크와 쇼핑센터·호텔 등으로 이뤄진 문화·관광 프로젝트 지분 91%와 호텔 76곳을 632억위안(약 10조9,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추가 자산매각에 혈안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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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M&A는 전년 대비 급감했다. 금융정보제공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M&A 액수는 1,214억달러로 전년(2,250억달러)보다 44.8% 감소했다.

SCMP는 뉴욕과 런던·홍콩·호주 등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버블을 형성했던 차이나머니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급격한 시장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급팽창했던 차이나머니가 역류를 일으킬 경우 지금까지 중국의 ‘폭식’으로 급등해온 해외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파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리서치 업체 폴헤이스팅스의 폴 구안 파트너는 “중국 바이어들이 사라지면서 뉴욕의 고급 주택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며 “맨해튼·홍콩 등 사무실이 많은 상업용 부동산 자산 가격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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