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글로벌 무역전쟁 선포]韓·中에 보복 日엔 TPP 구애 트럼프, 통상서 노골적 정치 게임

■USTR보고서 뭘 담았나

"통상법 301조로 韓·中 등 이익 못 내게 할 것" 공세

FTA 균열 염두, 美·日 중심 무역동맹 길도 열어둬

미국의 통상 ‘매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끄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취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내놓은 연례 무역정책 보고서를 통해 무역 상대국들에게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글로벌 무역전쟁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라이트하이저 대표.  /블룸버그미국의 통상 ‘매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끄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취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내놓은 연례 무역정책 보고서를 통해 무역 상대국들에게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글로벌 무역전쟁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라이트하이저 대표.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 폭탄’ 투하 직전인 2월28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무역정책 보고서에서 “중국 등의 불공정무역 관행에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전례 없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중국과 한국 등 무역 상대국을 겨냥한 전면적 무역제재 조치를 예고했다. 보고서는 일본에 대해서도 농산품 등을 거론하며 무역보복을 시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압박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는 더욱 긴밀한 통상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북한을 둘러싼 안보정책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이번에 의회에 제출한 ‘2018 무역정책 어젠다·2017 연례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통상 분야 ‘매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 체제에서 처음 발간된 것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359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에서 USTR는 “중국 등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의 경쟁력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면서 중국을 콕 찍어 강공을 폈다. USTR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했던 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실질적으로 최근 몇 년간 ‘시장원리’와 더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USTR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철강제품 보복관세에 이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명시했다.

USTR는 중국 외의 다른 무역 상대국들에 대해서도 “불공정무역으로 미국에서 더 이상 이득을 얻어가지 못하게 무역법을 강화하고 보다 효율적 시장을 위해 WTO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USTR는 특히 한미 FTA 재협상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협상과 함께 정권의 중요 치적으로 강조했다. USTR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 간 ‘결함 있는’ 통상 협정의 갱신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국 등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을 대상으로 발효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LG와 같은 외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메이슨대 경제학자인 크리스틴 맥대니얼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톤이 매우 다르다”면서 “무역 분야에서 이렇게 공격적이고 보호주의적인 표현들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새로운 통상전쟁 계획을 발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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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거듭되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무역 압박 메시지 속에 눈에 띄는 것은 TPP 복귀 신호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월27일 미국상공회의소 주최 투자설명회에서 TPP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그는 기꺼이 협상할 것”이라며 TPP 복귀와 관련해 “상당한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나은 협상을 할 수 있다면 TPP를 다시 하겠다”며 TPP 재가입을 처음으로 언급한 지 한달여 만에 사실상 회원국들과의 물밑 협상이 시작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23일에도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공동회견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USTR 보고서 역시 지난해의 TPP 탈퇴 결정에 대해 “더 낫고 공정한 무역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FTA를 맺지 않은 일본·베트남 등 5개국과 무역협상을 추진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USTR 보고서는 또 미국산 농식품 수출에 대한 일본과 중국, 인도, 베트남, 유럽연합(EU) 등의 ‘불공정한’ 무역장벽에 대처할 방침이라며 일본에 대해서도 소고기와 원예작물·식품 등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에 적절한 수위의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일본이 사활을 건 TPP 재가입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되는 무역동맹을 구축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TPP 재가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해석이 많지만 미국의 논의 개시 소식은 한미 FTA 재협상에 임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과 한국을 겨냥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한편 TPP 재가입 카드를 거듭 내보임에 따라 통상관계에 있어 미국의 일본 ‘쏠림’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의 FTA 재협상에서 가뜩이나 힘겨운 방어를 해야 할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TPP 재가입 가능성이 열리면서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북정책을 놓고 마찰을 빚는 한국보다 대북제재 입장이 유사한 일본에 손을 내민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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