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피부에 사는 세균에서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물질이 발견됐다. 암 치료제로 상용화에 성공하면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의 대중화도 앞당길 수 있을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SD) 연구진은 건강한 피부에 사는 세균의 일종인 ‘스타필로코코스 에피더미디스’가 암의 성장을 막는 물질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피부에 상주하는 이 세균이 다른 세균인 황색포도알균을 죽이는 화학물질을 합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황색포도알균은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세균으로 화농성 감염을 주로 일으킨다. 방치하면 패혈증, 뇌수막염, 폐렴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연구진은 ‘6HAP’로 명명된 이 화학물질이 유전자를 이루는 물질인 DNA(디옥시리보핵산) 사이에 들어가 DNA 합성을 방해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암세포의 증식까지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 항생제와 항암제가 작동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통상 사람의 피부에는 1,000여종의 세균이 서식하고 수량으로는 약 1조마리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세균이 다른 세균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각 세균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6HAP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인위로 종양을 심은 쥐에게 이틀에 한번씩 2주간 6HAP를 주사하고 종양 크기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포유류의 피부에 사는 세균이어서 항암제의 가장 큰 단점인 독성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에서 남상집 이화여대 교수가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 28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