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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금융집사로 변신하는 증권사] WM 경쟁력 앞세운 증권사 "한식구 은행이 고객 확보 마중물"

<중> 은행·증권 뭉쳐야 산다

저수익에 은행 떠나려는 자산가 복합점포로 유치 '윈윈'

하나금융 클럽원 '초고액 투자가의 아지트' 벌써 입소문

KB금융, 소개영업 통해 고객 2만여명·자산 4.7조 유치



KB금융(105560)지주가 지난 2016년 11월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에 1조2,500억원을 베팅했을 때 시장의 시선은 차가웠다. 불과 1년 전 일본 오릭스가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 제시한 6,747억원의 두 배가 되는 금액을 적어냈기 때문이다. 고가인수 논란도 불거졌지만 현대증권 인수 후 1년여가 지난 현재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2007년 이후 신한금융지주에 1등을 빼앗겼던 KB금융은 지난해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국민은행과 KB증권의 시너지가 빛을 발한 덕분이다. 이제 증권사와 은행 간 시너지는 증권사를 넘어 금융지주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키로 떠올랐다.

출혈경쟁을 해가면서까지 고객 확보에 여념이 없는 증권사에 같은 금융그룹 내 은행은 더할 나위 없이 귀한 마중물이 된다. 증권사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늘어나는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력을 은행 고객들로 손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증권과 은행의 교집합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은행 입장에서도 대면고객 감소로 영업점은 갈수록 줄고 기존 예대마진(예금·대출금리 차이) 중심의 전통적 영업방식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2년 7,698개에 달했던 은행 영업점포 수는 지난해 말 현재 7,103곳으로 600개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은행 점포 수는 모두 175개 축소돼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2년 이래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시중은행 간 영업의 차별점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 증권과 은행의 협업은 신규 고객을 확대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셈이다.

최근 KEB하나은행의 복합점포인 클럽원(Club 1)을 찾은 한 자산가는 2%대 예적금 상품이 성에 차지 않는다며 4% 중반의 금리상품을 찾았다. 단 하나의 단서 조항도 붙었다. 예금자 보호를 받는 것처럼 안전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은행상품 중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없었다. 하나은행은 계열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에 고객을 소개했다. 하나금투는 연 4.6%의 확정금리형으로 기초자산이 우량하고 해외 운용사의 보증과 지분 보증까지 보강된 만기 6개월짜리 사모펀드를 추천했다.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신규 고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전에는 은행에서도 저위험 중수익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저금리가 고착되면서 관련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그 빈자리를 증권사에서 빠르게 채우고 있다. 은행과 증권이 서로 자신의 고객을 빼앗기고 빼앗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실적과 성과를 공유하면서 윈윈(win-win)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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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주 포트폴리오에서 손해보험사 등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약한 하나금융지주의 특성상 증권과 은행 간 협업이 절체절명의 과제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의 자산관리 사업을 한데 묶은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WM그룹 산하에 문화와 접목한 ‘클럽원’ 4곳을 신설했다. 클럽원은 고객 자산가들을 타깃으로 한 증권·은행 복합점포다. 클럽원은 정식 오픈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초고액 자산가들의 아지트’로 입소문을 타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은행 간 실질적인 소개영업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 중소기업 대표는 KEB하나은행 지점을 찾았다. 기업공개(IPO)를 위해 대주주 주식담보대출을 추진하려는 것이었다. 보수적인 은행의 성향상 대출까지 예상보다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판단되자 KEB하나은행은 하나금투로 연결해 대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나금투는 고객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대출을 처리했다. 은행과 증권 간 협업을 통해 자칫 대출시점을 이유로 은행을 떠날 수도 있었던 고객을 잡은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은행과 증권 협업의 결정체인 PWM 개념을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였다. 신한금융지주는 2011년 신한은행과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의 복합점포 모델을 검토, 2012년 국내 금융업권 최초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기업금융과 IB 업무를 함께 제공하는 ‘기업투자금융(CIB)사업 부문’과 고액자산을 보유한 고객들에게 은행과 금융투자의 상품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WM사업 부문’을 출범시켰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업권별로 구분된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처음 PWM을 열었을 때만 해도 생소하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고객들이 한번에 은행·증권 상품에 부동산까지 상담이 가능해짐에 따라 신한금융의 실험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PWM라운지는 현재까지 45개에 이른다. 타 금융지주보다 한발 빠른 고민이 신한금융의 실적 상승을 이끄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KB금융의 은행과 증권 간 소개영업은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한해 KB국민은행과 KB증권이 양측 소개영업으로 신규 유치한 고객 수는 2만3,000여명에 달했다. 신규 자산은 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소개영업으로 신규 유치한 고객 수 6,300명, 유치자산 9,200억원에 비하면 1년 사이 각각 271%, 408% 증가했다. 증가속도는 시장의 기대 이상이다. 늘어난 고객과 자산을 대상으로 KB증권은 올해 본격적인 WM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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