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어어얼화아아수우목금퇼’이란 신조어가 있다. 1주일 중 유달리 길게 느껴지는 월, 화요일을 길게 늘여 표현하고 반대로 짧게 느껴지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하나로 합해버린 말이다. 이처럼 같은 시간이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아울러 이 신조어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지정한’ 시간과 요일이란 개념에 얼마나 집착하며 지내는지 보여준다. 현대인은 이제 ‘옳은가 그른가’ 보다 ‘빠른가 늦었나’를 더 많이 생각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됐다.
이 책은 인류가 시간에 집착하거나 멀어지려고 애쓴 애증의 발버둥을 담았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열정을 쏟은 고대 그리스의 권력자부터 프랑스대혁명 이후 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10진법으로 된 시계와 달력을 만든 혁명 정부, 시간을 역행하고자 하는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운동까지 모두 ‘시간’이 대수롭지 않은 존재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저자는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존재를 다루면서도 개념, 이론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직접 겪은 체험들을 통해 시간의 단면들을 독자에게 전해줄 뿐이다. 3부, 15개 장에 걸쳐 시간을 다루는 이 책은 1부에서 태양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던 인간이 어떻게 표준시간제를 채택했는지를 설명하고 2부에서 산업혁명 전후 급격하게 진행한 시간혁명을 다룬다. 3부에서는 시간의 미래를 다룬다.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향수와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인간의 이중적인 노력을 접할 수 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1980년대 말 “도심의 현대화된 건축물들이 영국에 주는 피해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공군의 런던 공습보다 더 크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자신이 상상했던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시작한다. 공공시설과 상업시설, 직장, 주택 등 다양한 시설들을 도보권 내에 근접 배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파운드베리 뉴타운’ 정책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역행하는 그의 정책에 반발을 표했다. 하지만 파운드베리는 21세기 이후 슬로리빙 운동의 상징이 됐다. 과거를 지향하면서도 삶의 질 향상이라는 미래 지향성이 드러난 것이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