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유럽연합(EU) 단일시장에 남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브렉시트 노선을 두고 벌어진 영국 정치권의 논란을 정리했다. 다만 메이 총리가 EU 금융시장 접근권을 요구하는 등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이권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체리피킹(좋은 조건만 골라 취하는 행위)”이라는 EU의 반발도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영·EU FTA 협상 정책에 대한 연설에서 “EU와 관세에 관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브렉시트 유예기간(2019년 3월 후 약 2년)이 끝나면 영국이 단일시장·관세동맹 모두를 이탈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EU 측은 오는 4월 FTA 준비 협상 개시 전 영국에 뚜렷한 정책기조를 밝히라고 요구해왔으며 그동안 영국 정치권은 EU 단일시장·관세동맹 잔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왔다.
메이 총리의 이 같은 방침은 영국이 단일시장에 잔류하면 EU 출신 노동자의 영국 유입을 막을 수 없어 여론의 반발이 심화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로) 단일시장 접근은 지금보다 제한될 것”이라며 “우리는 몇 가지 불편한 진실에 마주해야 한다”고 시인했다. 그는 또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영국 내 사법권은 종결돼야 한다”며 브렉시트 이후 사법권 독립도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업에 대해서는 “EU 단일시장 이탈에 따라 패스포팅(1개국 면허로 EU 전역에서 영업이 가능한 제도)은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서도 영·EU 간 유사한 규제환경을 유지해 영국에 EU 금융시장 접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시장에 대해서는 무관세 혜택 유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영국이 EU 단일시장을 떠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영국이 그동안의 모호한 브렉시트 정책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럽의회 최대 그룹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영국 정부가 모래 속에 머리를 계속 처박고 있다”며 영국이 자국의 이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FT는 EU 외교관들 사이에서 “체리를 상자째로 가져가려는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