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급등에 이어 법정 근로시장 단축 등 잇따른 ‘폭탄’에 지역 제조업체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저임금과 관련이 적고 또 근로시간 단축도 완충작용이 가능한 수도권 대기업과 달리 노동집약적 지역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받고 있다. 특히 울산이나 부산 등 업종별로 특화된 지역에서 인력난에 대한 우려가 크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산의 경우 소규모 자동차 협력사들의 타격이 크다. 원청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3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 중이고 이런 현대차에 직접 실시간 납품하는 1차 부품사 또한 같은 근무형태로 바뀌면서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권 밖이다.
하지만 2·3차 협력사는 전통적인 주간 근무형태가 많다. 평소엔 큰 문제가 없지만 차량 모델이 변경되거나 신차가 투입 될 때는 야근과 특근이 추가될 수 있다. 울산 북구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부품이 달라질 땐 기존 부품을 만드는 업무에 더해 추가 근무가 필요한데, 인력을 마냥 늘일 수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울산에선 또 석유화학공장 신설과 보수 등을 맡는 플랜트 설비 업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공장 가동 일수가 매출로 직결되는 석유화학업체 특성상 한정된 정기보수 기간에 빠르고 정확한 보수가 필요한데, 발주 기업이 정한 기존 일정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 지역 소규모 신발업체들도 이번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영에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서 직원 9명을 두고 회사를 운영하는 한 신발업체 대표는 “노동집약적이고 영세한 산업이라 협력사들은 부담을 느낀다”며 “평소에는 주 52시간 안에 생산물량을 소화할 수 있지만, 납품 기한이 다가오면 연장근무나 특근을 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잔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 전했다.
부산의 소규모 신발 제조업체는 800개에 달하는데 이들 업체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상승 폭이 최소 4~5% 선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다 보니 또 다른 신발업체는 인건비 상승 폭을 현재 직원 복지비로 충당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섬유와 자동차 부품 등 노동집약 산업이 많은 대구·경북지역 제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 인상보다 일선 경영현장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나 강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사실상 답이 없다”며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당장 설비투자도 어려워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건설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공사기간이 길어진 만큼 공사비가 더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인건비 등을 포함한 적정 공사비가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계 특성상 공기를 맞추려면 휴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다”며 “전국 건설협회 차원에서 간접공사비 증액 등 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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