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용하는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헤지형·언헤지형을 합산)이 1조 펀드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달 28일 기준 이 펀드의 순 자산 규모는 1조81억원으로 집계됐다. 운용사는 지난 1월 해당 펀드로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출시 1년11개월 만에 신규 가입 및 추가가입을 중지하는 소프트클로징을 실시했다. 펀드가 소프트클로징을 실시하면 자동이체로 가입한 투자자만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 당시 조준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본부 상무는 “투자자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적정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추후 베트남 시장동향을 지켜보며 유동성이 확보되는 즉시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규모의 펀드가 신규 자금 유입을 막는 경고성 조치를 취했음에도 베트남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다른 펀드로 투자 열기를 이어갔다. 덕분에 연초 이후 국내 13개 베트남 펀드 설정액은 4,163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2,121억), 브라질(-113억), 일본(-200억) 등에서 일제히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투자 열기가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중 베트남 증시에 투자하는 신규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우량 공모주에 투자하는 ‘IPO펀드’를 추가로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베트남에 자금이 몰린 데는 지난 해 종료된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 혜택 영향이 크다. 비과세 혜택 일몰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향후 10년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에 몰린 것. 실제로 시장에서는 베트남 증시가 여전히 상승 여력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승권 한국투자신탁운용 호치민사무소 주식팀장은 “지난 해 베트남 시장 순이익은 18~20% 증가했고 올해는 15~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베트남 증시 PER은 19배 수준으로 주변 아시아 신흥국 중 인도네시아(23배), 필리핀(24배)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이미 국내 투자자들은 2007년 베트남 증시 버블을 경험했다. 베트남 VN 지수는 지난 해 50% 상승해 2007년 당시 고점 1,137 포인트에 거 근접한 수준이다. 고점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여기에 높은 변동성도 우려 요인이다. 베트남 경제가 선진 금융시장 진입 단계기 때문에 아직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지난 달 초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나타나며 베트남 증시가 장중 5%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해 연말 베트남 펀드에 하루 평균 2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과열 현상이 있었다”며 “베트남 증시에서 한국계 자금 비중이 높고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증시가 고점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에 펀드보다는 쉽게 대응할 수 있는 ETF 등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