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배우자·친목계 총무 명의 등 선의 차명계좌는 과징금 제외

금융위 실명법 개정안 추진





정부가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다만 가족, 친목회 명의 계좌 등 선의의 차명거래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조세포탈 등 탈법 목적이 확인된 계좌에는 잔액에 비례해 과징금이 부과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실명법을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배우자 또는 가족, 친목계 총무 등의 명의로 개설된 선의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물리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현행 실명법에서는 실명제 실시 이전 차명계좌에 대해서만 과징금(1993년 8월12일 당시 금융자산가액의 50%)을 부과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계좌 개설 시기와 관계없이 모든 탈법 목적의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음지(陰地)’에 숨어 있는 차명자금 보유자들에게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명법은 조세포탈 등을 위해 차명계좌를 운용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계좌에 담겨 있는 자산에는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차명계좌에 담겨 있는 자산액수에 비례해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이번 금융실명법 개정은 지난달 법제처의 유권해석 ‘뒤집기’에 대한 금융위의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법제처는 지난달 “실명제 실시(1993년 8월12일) 이후 자금 출연자가 아닌 타인 명의로 실명 전환한 계좌에 대해 나중에 실제 자금 주인이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금융위에 전달했다. 그동안 금융위는 차명계좌라고 할지라도 주민번호상 실제 존재하는 사람 명의로 실명 전환됐다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해왔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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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다만 국민들의 실생활에서 선의의 차명계좌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조세포탈·자금세탁 등 ‘탈법 목적의 차명계좌’에만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정상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은 안심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더불어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에 대한 법적 근거조항도 정비하기로 했다. 그동안 실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없어 금융실명법상 조항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과징금 부과액 산정 시기를 차명계좌에 문제점이 적발된 때로 바꿀 계획이다. 현행 실명법은 1993년 8월12일 당시 금융자산가액의 50%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차명계좌에 현금이나 주식이 담겨 있을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가치가 불어나기 때문에 자칫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위는 다만 50%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비율이 과도하다고 보고 이를 국회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하향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명계좌 적발 이후 자금 소유주가 돈을 빼내지 못하도록 지급정지(계좌동결) 조치를 신설하고 금융회사가 과징금을 원천징수하도록 한 법 조항을 고쳐 국세청 등이 직접 자금 소유주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서일범·김기혁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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