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하나금융 이사회는 기존 사내이사였던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2명을 제외하고 김 회장을 단독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지주사 사내이사가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참여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2명을 빼고 김 회장 한 명만 남기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주 부회장직도 함께 없어진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사내이사 역할이 축소됨에 따라 이사회에서 제외를 결정했고 회장 유고 시 대체할 임원을 미리 선정하는 등의 비상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외이사 정원은 기존 7명에서 8명으로 늘렸다.
차기 회장 후보로 막판까지 경쟁했던 김 부회장은 금융지주 사내이사에서 제외됨에 따라 임기 만료와 함께 하나금융을 떠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함 행장은 사내이사에서는 물러났지만 지주 경영에서는 손을 떼고 은행장직만 수행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김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1인 체제로 전환하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전체 이사회로 보면 사내이사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 KB 사태 당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물러나자 이를 대체할 사내이사가 없어 경영 공백이 장기화됐던 사태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은 이날 윤종남 이사회 의장 등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5명을 교체했다. 기존에 윤종남·송기진·김인배·양원근 등 4명의 사외이사는 물러나고 윤성복·박원구 이사 2명만 유임했다.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변화를 준 것으로 백태승 전 연세대 로스쿨 교수, 박시환 전 대법원 대법관, 허윤 한국경제학회 이사, 김홍진 전 한국예택결제원 상무, 양동훈 동국대 경영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중 박 전 대법관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이며 백 전 교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강릉고 동문이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김영란·김지형·이홍훈·전수안 대법관 등과 함께 대법원 내 ‘독수리 5형제’로 불리며 진보성향의 판결을 주도했다. 두 명 모두 윤 의장이 추천했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이후 하나금융 이사진은 김 회장, 지난해 선임돼 임기가 내년까지인 차은영 사외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 8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이달 23일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공식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