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활용품 2위 기업인 애경산업이 새 먹거리로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겠다면서 22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겠다고 6일 밝혔다. 애경산업이 연루되어 있는 가습기 살균제 논란은 이미 시장에 드러난 것으로 주가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윤규 애경산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상장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30년 가까이 생활용품 브랜드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고 화장품 사업의 가파른 매출 성장으로 높은 수익성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애경산업은 1985년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트리오·스마크·리큐 등 세제와 2080치약·케라시스 등 개인용품 시장에서 LG생활건강에 이어 최근 3년간 2위권인 2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2006년부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조성아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협업한 ‘루나’ 브랜드 런칭에 이어 2012년 홈쇼핑을 중심으로 일명 ‘견미리 팩트’로 부르는 에이지투웨니스의 에센스커버팩트가 히트를 치면서 화장품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이어 3위지만 1~2위 회사가 5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애경산업의 점유율은 1.8%로 매우 낮다.
송기복 애경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경산업은 신생 뷰티기업과 달리 자체적으로 제품개발과 생산, 디자인을 하고 홈쇼핑, 면세점 등 유통망을 뚫어 놓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3040세대를 겨냥한 에이지투웨니스는 2013년에 비해 2016년 매출이 239% 늘어 1,125억원을 기록했고, 20대를 대상으로 한 루나는 같은 기간 191% 상승한 14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송기복 CFO는 2020년 이후에는 현재 37% 수준인 화장품 매출이 생활용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경산업 전체의 영업이익은 2014년 78억원에서 2017년 3·4 418억원으로 성장했고 1.9%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은 9.5%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 소비자가 직구 형태로 구입 했던 화장품 매출을 넓히기 위해 중국 현지 법인을 세워 2020년부터 중국 당국의 위생허가를 받은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애경산업 상장은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해 2년 전부터 준비를 끝냈지만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불거지며 늦어졌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측은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를 단순 판매한 것으로 관련된 소비자의 민사 소송에 드는 비용은 SK케미칼이 최종적으로 배상하기 때문에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면서 “소비재 기업으로 이미지 실추가 있을 수 있지만 논란은 2011년부터 제기되어 새로운 위험 요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직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상장 이후 판결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릴 수 있겠지만 단기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게 대신증권의 판단이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이 급성장하기는 했지만 특정 상품 위주로 판매 수익이 낮은 홈쇼핑을 중심으로 매출을 일으킨 점은 투자 시 위험요소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측은 60~70%에 이르렀던 홈쇼핑의 판매 중국 온라인 판매 등 다른 판매 창구가 늘어나며 40%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에센스커버팩트는 시장에 등장한 지 3년째로 팩트 평균 생존 주기가 10년임을 고려하면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미 국내의 많은 경쟁 화장품회사들이 뛰어들었다가 참패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측은 중국 당국의 위생허가를 받지 않는 직구 제품이 중심이어서 그 동안 ‘사드 논란’ 속에서도 판매량이 줄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애경산업의 희망 공모가는 2만9,100∼3만4,100원이다. 애경산업은 희망가 상단 기준으로 이번 상장을 통해 2,319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7,600억∼8,9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애경산업의 대주주인 애경유지공업과 AK홀딩스(006840)는 지난해 말 600억원 규모로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이번 상장과정에서 구주 매출로 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애경산업은 이번 상장 과정에서 약 1,979억~2,319억원의 공모자금이 들어오면 350억원 규모로 신규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시설과 브랜드 투자에 600억원을 투입한다.
7∼8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13∼14일에 개인투자자 청약을 받는다. 공모 후 시장에는 공모주 물량 26%와 기존 우리사주 지분 3% 등 약 29%의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다른 공모주에 비해 시장에 쏟아질 물량이 크지 않아 갑작스러운 물량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 우려는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