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피하지 못한 서울 양천구의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마포구 성산시영 등에는 매수 문의가 단박에 끊겨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개월전만해도 매물 부족이 부각돼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렸지만 정부의 급작스러운 규제에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매물도 조금씩 나오는 모양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재건축 초기 단지에서는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잠잠한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매수 문의는 완전히 차단됐고 오는 4월 양도세 중과 이전에 집을 정리하려던 매도인들도 집이 팔리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목동의 H공인 관계자는 “신시가지 6단지에서 시세(8억원)보다 2,000만원 싸게 내놓은 물건(전용면적 47㎡)이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3월 말까지 잔금을 마무리하는 조건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더 지켜보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목동의 또 다른 H공인 관계자도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호가가 본격적으로 떨어지는 분위기 아니”라면서도 “매도 매수 의사보다는 시세문의만 있는 걸로 봐서 집주인과 매수인 모두 시장을 지켜보자는 거 같다”고 전했다.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도 침울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성산동의 E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급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하겠다던 매수 대기자들도 안전진단 강화 방침을 듣고 모두 매수를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싼 매물이지만 매수 희망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성산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2~3달 전만 해도 3,000가구가 넘는 단지에서 매물이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였지만 최근 매물이 조금씩 나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매수인들은 양도세 중과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4월 이후 시장 분위기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고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짙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변경된 안전진단 규정을 적용받게 될 단지들의 경우 당분간 매맷값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래 거주한 노년층이 많다는 단지 특성이 있어 당장 급매가 나타날 거 같지는 않지만 다른 재건축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이곳도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화되는 안전진단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서둘러 안전진단 용역업체와 계약을 추진했던 ‘아시아선수촌’, ‘개포5차 우성’, ‘태릉 우성’, ‘고덕 주공9단지’, ‘성내동 현대아파트’ 등은 용역계약 공고를 전격 취소했다. 새 안전진단 기준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다. 이들 단지는 강화된 새 기준으로 재건축을 계속해서 추진할지 여부는 추후 주민 의견을 모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완기·한동훈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