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패션브랜드 샤넬의 부흥을 이끈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패션쇼를 위해 100년 된 나무들을 베어내 전시했다가 환경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라거펠트는 지난 6일(현지시간) 파리 중심부 미술관 그랑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린 패션쇼를 통해 한겨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웅장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올해 85세의 독일 출신 라거펠트는 패션쇼 무대를 아예 숲 속 모습으로 단장했다. 수톤에 달하는 낙엽들을 퍼부어 놓았으며 그랑팔레 중앙에는 이끼로 뒤덮인 키 큰 참나무를 심었다. 손님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 벤치 여러 개를 만들기까지 했다. 손님 중에는 할리우드 스타 키이라 나이틀리를 비롯해 영국 팝 가수 릴리 알렌, 프랑스 전 대통령 부인 카를라 부르니 사르코지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패션 비평가들은 샤넬의 이번 패션쇼를 칭찬했다. 살아 있는 듯한 자연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가 한겨울 정취를 표현해낸다며 100년 된 나무들을 베어낸 데서 비롯됐다. 이런 모습을 본 프랑스 환경단체는 발끈하고 나섰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환경단체 ‘프랑스자연환경’(FNE)은 이 패션쇼를 이단(heresy)이라고 비난했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이 자연 보호를 외면한 채 초록의 이미지를 더 부각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FNE는 샤넬이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관계없이 이 패션쇼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몇 시간 진행되는 패션쇼를 위해 숲 속 나무들을 찍어 넘기고 다 쓴 뒤에는 폐기물통에 집어 던지는 게 자연의 속성은 아니라고 FNE는 덧붙였다.
이런 비난을 받은 샤넬 측은 곧바로 되받아쳤다. 패션쇼에 동원된 참나무와 포퓰러나무는 서부 프랑스에서 가져온 것으로 모두 100년이 되지 않는 것들이라고 반박했다. 샤넬은 성명에서 “나무를 사들이면서 행사 후 나무를 베어낸 곳에 100그루의 참나무를 새로 심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샤넬은 지난해 플라스틱 공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때 폴리염화비닐(PVC)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연출했다가 비난을 샀던 전례도 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