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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손예진들

2000년대 초 그 시절, 그 손예진, 그 멜로 감성이 반갑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불현듯 돌아온 첫사랑 수아처럼 ‘손예진표 멜로’를 아련히 느낄 수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가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공개 됐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 앞에 기적적으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소설과 2004년 개봉한 다케우치 유코 주연의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각색했다.

개별 원작이 있는 작품임에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는 ‘멜로 여신’ 손예진의 지난 흔적들이 꼭꼭 눌러 담겨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학창시절 느낀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 빗속에서 추억을 공유한 순간,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 등에서 그의 전작 ‘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드라마 ‘여름 향기’(2003)가 떠오른다.


2000년대 초 손예진의 등장과 함께 급물살을 타던 멜로는 이후 블록버스터, 스릴러에 밀려 수익성의 한계로 추락, 업계에서 더 이상 관심 받지 못하는 장르가 돼버렸다. 그와 더불어 손예진의 강렬 스릴러, 액션 도전으로 한동안 ‘로맨틱 손예진’은 잊혀졌다. 그러다 15년 만에 다시 만난 예전 그의 모습은 극 중 우진이 수아를 재회하고 느낀 반가움 같은 것을 줬다. 역시 손예진은 멜로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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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캐스팅은 탁월했다. 고등학교 시절 우진의 눈에 띈 후 20대의 데이트, 결혼 후 아내가 되며 평생을 ‘우진의 그녀’로 산 수아는 ‘첫사랑의 아이콘’이자 ‘남성들의 로망’으로 이미지화해야 했다. 단정함과 청순함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손예진은 거기에 모성애와 섬세한 감정표현까지 더해 수아의 존재를 설득력 있게 그렸다.

소지섭은 수아를 짝사랑했던 애절함부터 떠나보낸 후의 그리움까지 우진의 순애보를 깊은 눈빛 연기와 묵직한 내면연기로 소화했다. 일본 영화에서 남편의 매력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던 것에 반해 한국판에서는 남편 우진의 비중을 훨씬 크게 담았다. 특히 전국 체전 입상 경력이 있는 소지섭의 특기를 살려 우진을 수영선수로 설정한 점이 흥미롭다.

영화가 잔잔한 감성을 쫓아가다 보니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숙제가 있었는데, 이는 조연들의 빈틈없는 활약과 코미디로 채웠다. 아역 김지환의 천진난만함과 뭉클함을 넘나드는 연기, 우진의 친구 홍구로 분한 고창석의 코믹 맹활약, 각각 수아와 우진의 고등학생 시절을 풋풋하고 아련하게 연기한 김현수와 이유진, 그밖에 이준혁, 배유람 등 주변인물 모두가 개성 있는 연기로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는 지속적인 잔잔함에 익숙지 않은 한국 관객들을 위한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만의 매력으로 풍광을 빼놓을 수 없다. ‘장마와 함께 찾아온 엄마’라는 소재로 이야기 전반이 ‘날씨’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를 자연풍광으로 비추는 샷들이 때 묻지 않은 청아함과 고결함을 전한다. 이는 곧 무조건의 사랑으로 서로를 대하는 우진과 수아를 빗대 더욱 아름답다. 3월 14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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