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커뮤니티 연계 카셰어링 서비스로 ‘차량을 소비하는’ 새 문화 개척한다

강소기업 CEO를 찾아서 | 이남수 링커블 대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링커블은 커뮤니티 카셰어링 서비스 네이비(NEIVEE)를 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오피스, 아파트단지, 기업 등 특정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위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표방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개념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비의 주역, 이남수 링커블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강남구 위워크 삼성점에서 만난 이남수 링커블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울 강남구 위워크 삼성점에서 만난 이남수 링커블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과거 기자는 종종 렌트카를 이용해 근교 여행을 떠나곤 했다. 렌트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24시간 대여비가 10만 원에 육박했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곳을 쉽고 편하게 갈 수 있었기에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렌트카를 이용했다.

한창 렌트카 여행에 빠져있을 무렵, 국내 렌트카 시장에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다. 바로 ‘카셰어링’이었다. 공유경제를 표방한 카셰어링은 많은 사람이 한 대의 차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지향했다. 카셰어링은 꽤 획기적이었다. 굳이 렌트카 매장에 갈 필요 없이 본인의 위치와 가장 가까운 카셰어링 스팟을 찾아 모바일로 예약하면 쉽게 차를 빌릴 수 있었다. 기자 역시 카셰어링 업체에 회원가입을 한 후 자주 서비스를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는 그것들이 추구했던 ‘공유경제’의 철학에 부합하지는 못했다. 매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모든 것이 모바일로 이뤄진다는 점, ‘쓴 만큼 돈을 낸다’는 과금 체계를 제외하곤 기존 렌트카와 다른 점이 없었다. 이마저도 기존 대형 렌트카 업체 중심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경계가 모호해졌다.

링커블이 서비스하고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 ‘네이비(NUIVEE)’는 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공유경제’라는 카셰어링의 정체성에 충실한 플랫폼이다. 이남수 링커블 대표는 말한다. “링네이비는 차량관리, 세차, 정비 등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출발한 서비스입니다. 그 연장선 상에는 ‘자동차는 소유가 아닌 소비가 되어야 한다’는 네이비, 나아가 차량 공유경제의 철학이 존재합니다.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를 대체하면서, 본질적으로 차량 공유경제에 접근하는 것이 바로 네이비 플랫폼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비를 간단히 설명하면 ‘커뮤니티 카셰어링 서비스’다.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여기서 커뮤니티는 우리가 거주하는 혹은 일하는 공간, 이웃, 동료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커뮤니티 카셰어링 서비스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었다. 이 대표에게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네이비 서비스는 아파트, 오피스 등 특정 조직이나 단지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아파트 단지에 네이비 차량 5대가 입점하면, 이 차량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입주민들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피스도 마찬가지예요. 포춘코리아에 저희 차량이 들어가면 포춘코리아 직원들만 그 차량을 공유해 사용할 수 있는 식이죠. 사용료도 매우 저렴합니다. 수입차 기준으로 시간 당 3,000~4,000원 정도만 내면 되니까요. 저희 고객들 중에는 ‘그런 가격으로 먹고 살 수 있느냐’며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비용과 관련된 말이 나온 김에 이남수 대표에게 가장 궁금했던 질문 하나를 던졌다. 대형 렌트카 업체, 혹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소형 업체들도 수입차 렌트비용은 꽤 높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고가의 차량 가격과 유지·관리비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차종은 하루 100만 원대를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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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에서 공급하는 차량은 대부분이 이런 수입차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등의 최상위급 모델로 라인업이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싼 가격이 가능한 것일까? 이남수 대표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도 기본적으로 차량을 리스해 공급합니다. 계약보증금으로 일부를 지급하고 3~5년 기준으로 감가상각을 해 차를 공급받죠. 이 때 대다수 업체들은 ‘업계 최대 보증’, ‘특가 프로모션’ 같은 타이틀로 소비자들에게 최선의 조건임을 강조하며 차량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달라요. 기본적으로 네이비에서 개발한 차량관리 프로그램을 탑재하기 때문에 차량관리상태, 주행 거리, 방문지역, 정비 이력 등 모든 것이 꼼꼼하게 데이터로 기록됩니다. ‘막 타는’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차량을 인수할 수 있게 되죠. 그런 까닭에 이 정도의 대여비로도 충분히 차량 비용을 감내하면서 적은 수준이나마 수익도 낼 수 있습니다.”

현재 네이비는 수도권 내 1,000세대 이상의 고급 아파트단지 8곳에 차량을 배치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구글, 매트라이프, 위워크 등 오피스에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네이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대표와 회사 관리자들의 연락이 하루에도 수차례 오고 있다. 그러나 이남수 대표를 더욱 고무시키는 건 단순한 매출 증가가 아니다. 네이비 서비스를 통해 ‘카셰어링’과 ‘차량공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남수 대표는 “자동차는 소유가 아닌 소비가 돼야 한다”는 차량 공유경제 가치를 정착시키는데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이남수 대표는 “자동차는 소유가 아닌 소비가 돼야 한다”는 차량 공유경제 가치를 정착시키는데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실 저희가 들어간 아파트 단지 중 상당수는 꽤 고급단지입니다. 주차장에 서 있는 차량만 봐도 정말 눈이 호강할 정도니까요. 고가의 슈퍼카들이 즐비합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 서비스를 넣기 전 문득 이런 고민이 들더군요. ‘이렇게 돈 많고 잘사는 슈퍼카 오너들에게 네이비의 차량공유 서비스가 필요할까?’라고 말이죠. 사실 저희에게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만약 이곳에서 저희 서비스가 자리를 잡는다면 차를 소비한다는 개념이 우리나라에도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봤거든요. 결론적으론 대성공이었습니다. 어떤 입주민의 경우, 네이비 서비스가 너무 편하고 좋아서 지금 갖고 있는 차량을 팔고 싶다는 연락을 주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아무것도 없이 네이비라는 이름만으로 차량을 공급하는 건 아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네이비가 ‘별개의 서비스’가 아닌 ‘단지 내 편의시설’로 인식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수동 주상복합단지 트리마제 아파트에 공급된 테슬라 모델S 90D에는 아파트 단지 로고가 작게 붙어있다. 이 차량이 아파트 거주민들이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것임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그 밖에도 사용자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함께 설치하고, 단지 출입카드로 차 문을 여닫을 수 있게 했다.

이남수 대표는 네이비를 통해 차량공유 패러다임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당장 이 서비스로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차량공유 패러다임이 네이비를 통해 정착만 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네이비의 타깃 고객은 누구일까? 기존 차량공유 서비스의 경우, 당연히 차량이 없는 젊은 층일 것이다. 하지만 이남수 대표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젊은 층이 훗날 사회에 진출해 차량을 구매할 여력이 생겼을 때도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남수 대표는 말한다. “아직 차량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기존 차량을 바꾸고 새차를 사는 사람들이 모두 네이비의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네이비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대로 알리고 장점을 인식시킬 수 있다면, 저희 비즈니스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희는 그 두 타깃층 중간에서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며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차를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저희가 앞장서서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네이비의 당면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현재 8곳 50대 규모의 서비스 지역을 50여 개 커뮤니티 500대 이상의 차량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수도권을 넘어 지방에서도 네이비 서비스를 론칭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두 번째는 바로 해외진출이다. 타깃은 홍콩, 싱가포르 등 국내와 주거 및 교통환경이 비슷한 국가다. 이남수 대표는 말한다. “조만간 홍콩을 방문해 네이비의 현지 진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확히 언제쯤 해외 서비스를 론칭할 것이라는 계획은 없지만, 올해 중에는 무조건 한 곳이라도 진출해 네이비의 가능성을 시험해볼 생각입니다. 국내에서도 홍보마케팅을 강화해 네이비 전국서비스에도 나설 방침입니다. 아무쪼록 차량공유 선두업체로 발돋움할 저희 네이비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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