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뉴스메이커] '자유무역 최후보루' 낙마...충격에 빠진 월가

■ 콘 美 NEC위원장 사퇴

철강·관세폭탄 반대하다

강경 매파에 결국 무릎

백악관 '보호무역' 일색

경제 불확실성 더 키워

트럼프 "곧 새사람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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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게리 콘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사임이 시장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것은 그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정책에 반기를 들어온 몇 안 되는 ‘중도파’로, 보호무역주의가 판을 치는 트럼프 정부에서 자유무역을 방어하는 마지막 방패막 역할을 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콘 위원장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에 마지막까지 반대해온 것은 물론 미국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와 파리기후변화협정 잔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반(反)이민정책에 반대하는 등 현실에 입각한 정책을 추진하며 그나마 트럼프 정부의 정책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의 낙마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앞으로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진두지휘하며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주도하고 올 들어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이끌어온 콘 위원장의 사임이 ‘트럼프노믹스’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한편 가뜩이나 극심한 백악관의 혼란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콘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세제개혁안을 처리한 것은 큰 영광으로 기회를 준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그와 행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원론적 퇴임 성명을 내놓았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 등 미 언론들은 콘 위원장이 14개월 만에 백악관을 등진다고 전하면서 ‘글로벌리스트(세계주의자)’인 콘의 사퇴는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강력히 반대하다 정부 내 통상 매파들에게 패배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고 분석했다. 콘 위원장은 철강 관세 부과를 끝까지 막기 위해 고율 관세로 피해를 입게 될 미국 내 자동차·에너지 업계 등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간담회를 8일쯤 개최하려다 매파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사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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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양비론을 비판한 후 꾸준히 퇴임설이 제기돼온 콘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수입규제를 끝내 강행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쳐왔다.

콘 위원장의 사퇴로 통상 매파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의 입김은 강해져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장벽은 한 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콘 위원장의 퇴진이 장차 중국 등에 대한 무역제재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가 소비자가전과 신발·의류 등 소비재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친기업 성향인 콘 위원장의 사임에 미 재계는 물론 월가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의회를 설득해 대규모 감세를 관철시키며 능력을 입증해온 그의 존재는 트럼프 행정부에 신뢰감과 안정감을 줘왔기 때문이다. WP는 “콘의 사임은 최근 잇따른 백악관 고위참모들의 사퇴와는 의미가 남다르며 시장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콘 위원장의 사퇴 사실이 알려진 후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관측에 엔화 등 주요 통화 대비 급락했으며 뉴욕증시의 선물지수는 1%대의 하락폭을 보였다.

최근 백악관의 실세 중 한 명이던 호프 힉스 공보국장의 사퇴에 이어 콘 위원장도 물러나 백악관의 난맥상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들이 쏟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새로운 수석 경제고문을 곧 임명할 것”이라며 “이 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다”고 밝혀 수습을 시도했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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