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자신의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열한 번째 연임이 확정되면서 한투증권 사장 직함을 오는 2019년 3월까지 12년째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 열린 2018년 제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현 대표이사인 유 사장을 CEO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8일 밝혔다. 임추위 위원장인 호바트 리 엡스타인 전 동양종금 부사장은 “10년 이상 대표이사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했고 앞으로도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책임질 CEO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췄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의결권을 지닌 임추위 위원 4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며 유 사장은 22일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연임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유 사장은 2007년 당시 47세로 한투증권 대표이사 겸 사장에 취임하며 증권업계 최연소 CEO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40대 중반에 CEO에 올라 내년이면 환갑을 앞두게 된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유 사장의 연임을 실력에 따른 성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일찌감치 연임을 예고했다. 유 사장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CEO로 불린다. 2015년 “더 이상 브로커리지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안 된다”며 일찌감치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고 한투증권의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를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준비하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했다. 그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범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사업의 성공도 그의 연임에 발판이 됐다. 2010년 베트남 증권사를 인수해 50위권에서 현재 10위권 규모로 키워냈고 지난해에는 새로운 동남아시아 거점이 될 인도네시아에서 단팍증권을 인수했다. 그는 연임이 될 때마다 “매일 평가받는 증권업계에서 연속해 재신임을 받은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회를 밝혀왔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CEO의 임기를 1년으로 잡고 해마다 재평가를 하느라 ‘파리목숨’에 비유하는 증권가에서 당분간 그의 연임 기록은 깨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유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86년 당시 증권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에서 증권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부사장, 메리츠증권 전략사업본부장 겸 기획재경본부장을 거쳐 2002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스카우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