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자원개발 이대로 포기해도 좋은가] 민간 기업 '트랙레코드' 부족...해외 단독진출땐 신뢰도 낮아

■국내 민간 자원개발 현주소

"최소 5년~10년 투자 필요

공기업이 안전판 역할해야"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미국 오클라호마주 소재 가필드·그랜드 광구의 셰일 유정에서 펌핑 유닛이 원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미국 오클라호마주 소재 가필드·그랜드 광구의 셰일 유정에서 펌핑 유닛이 원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석유공사는 지난 1994년 8월 베트남 정부의 광구 분양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SK와 공동 평가 및 입찰그룹을 구성해 그해 10월 입찰에 참여했다. 경쟁자는 엑손모빌·셰브런 등 세계 굴지의 석유회사. 입찰 전망은 어두웠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석유공사와 SK로 이뤄진 ‘팀코리아’는 광권을 획득해 1998년 9월 계약을 체결했다. 2003년 세계 최대 유전으로 선정된 바 있는 베트남 15-1광구다. 15-1광구는 2003년 10월 첫 원유생산 개시 이후 투자비 1억달러를 1년 내 회수하고 현재까지 총 15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공기업과 민관회사가 합작한 대표적인 자원개발 성공 사례다.

베트남 15-1광구를 비롯해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카타르 육상광구, 미얀마 가스전 등 대부분이 자원개발 3사로 불리는 가스·광물·석유공사가 ‘깃발’을 들고 민간기업의 지분 참여를 도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을 진행한 까닭에 자원개발 3사가 ‘적폐’로 치부되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 자원개발 성공사(史)는 공기업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가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묶어버리면서 공기업 주도의 자원개발이 사실상 끝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5년 GS에너지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 조광권 지분 3%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도 자원개발 공기업의 역할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광구에 GS에너지가 참여할 수 있게 된 데는 정부와 석유공사의 적극적 지원과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GS에너지는 입찰 과정에서 기술 및 상업성 심사, 기술 실사 등을 받으며 토탈·비피·쉘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는데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의 도움이 컸다. 조광권은 당초 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획득할 계획이었으나 자원개발 비판 여론으로 석유공사의 추가 투자가 막히면서 GS에너지만 지분을 단독으로 보유한 상태다. 여전히 UAE에서는 석유공사의 지분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격하게 민간 주도의 해외자원개발로 넘어가면 산유국이나 해외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민간기업이 독자로 나서 자원개발에 성공한 이력(Track Record)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자원개발 대표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포스코대우를 보면 독자 사업보다 자원개발 공기업과 함께 뛰어든 사업이 대다수다. 포스코대우는 미얀마 가스전과 오만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경우 가스공사와, 페루 8광구와 베트남 11-2광구는 석유공사와,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의 경우 광물공사와 손을 잡았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에서야 중국 남중국해에서 처음으로 독자 운영권을 갖고 원유탐사에 성공했다.

관련기사



단기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특성상 최소 5~10년 이상의 투자기간이 필요한 해외자원개발에는 공기업이 ‘안전판’을 마련해주는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이 주도하는 석유개발과 정책지원은 한국 정부가 석유개발에 대한 투자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공기업이 손을 뗄 경우 한국의 자원개발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IMF 경제위기 이후 민간기업들의 사업 매각 등으로 1990년대 말 해외석유개발 사업은 절반 이상 떨어져나갔다”며 “버틸 수 있는 힘과 기술력은 민간기업이 공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형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