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은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이 혼사를 앞둔 송화옹주(심은경)와 부마 후보들 간의 궁합풀이로 조선의 팔자를 바꿀 최고의 합을 찾아가는 역학 코미디. 2013년 개봉한 ‘관상’ 제작진의 역학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다.
여기서 이승기는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 역을 맡아 혼사를 앞둔 송화옹주 역의 심은경과 ‘최상의 궁합’을 찾아 나선다. 각양각색 부마 후보들을 찾아다니며 보이는 서도윤의 지적인 매력과 순발력, 재치가 ‘만능’ 이승기와 닮아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이승기는 제대 후 첫 인터뷰를 가지며 “영화가 이 시기에 개봉할 줄 몰랐는데 예능 ‘집사부일체’도 하게 돼 내가 스케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고민됐다. 체력과 정신력이 받쳐줘야 했는데, 군대에서 모아둔 에너지를 지금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제대하고 하루도 못 쉰 것 같다. 힘들고 짜증나기보다 너무 즐거워서 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다”며 그간 몰아친 스케줄 탓에 ‘궁합’ 개봉 2주차에 인터뷰를 한 배경을 밝혔다.
영화 속 마지막 20대의 모습을 다시 본 소감을 묻자 이승기는 “입대 전에 찍었던 작품이어서 내 모습이 달라 보이기도 한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 영양을 보충할 때여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하며 “아무래도 군 복귀 이후에 개봉하다보니 새롭게 다시 와서 하는 것에 이질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게 없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호평을 내려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첫 주 스코어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빨리 100만을 돌파했다. 로맨스 영화중에서 가장 빨리 스코어를 돌파했다더라”고 ‘궁합’의 흥행에 만족감을 보였다.
사극 속 이승기는 2013년 MBC 드라마 ‘구가의 서’ 이후로 두 번째다. ‘궁합’은 어떻게 이승기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일단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받았을 때 순식간에 읽혔다. 책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관상’을 제작한 주피터 필름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사극에 장르는 항상 해보고 싶었는데 판타지 사극 이외에 정통 사극을 ‘궁합’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궁합’에서 서도윤은 강직하고 따뜻한 사헌부 감찰로 등장한다. 이전보다 한층 진중한 매력을 선보인 그는 “내가 했던 기존의 캐릭터들이 다 유쾌함을 바탕으로 하면서 코믹하게 연기했는데 서도윤은 지금까지 중 가장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선보였다. 의외로 많이 반응들을 해주셨다. 목소리 톤 같은 걸 좋게 받아들여주셨다. 앞으로 그쪽으로 연기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웃으며 ‘구가의 서’ 캐릭터와 다른 점으로는 “옷, 분위기가 캐릭터를 많이 좌우하는데, 이전에는 판타지여서 정통의 모양새는 아니었다. ‘궁합’은 진짜 한복에 갓을 쓰니 진중해지는 맛이 있더라”고 전했다.
이승기 스스로도 만족한 것처럼 ‘궁합’은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며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뭘 해도 되는’ 이승기의 운이 따랐던 걸까. “그 이유를 알면 평생 써먹을 텐데 아직 잘 모르겠다. 감사할 따름이다. 그저 배우는 현장에서 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잘 했느냐 못 했느냐에 따라 평가 받는 기준이 되는 것 같다. 배우는 최선을 다해 그걸 표현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늘 일을 혼자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이 했던 사람들이 참 진정성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관객들이 인정해주신 것 같다. 나의 기운이 좋기 때문에 된 건 아니라 생각한다. 나는 함께 하는 분들과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품을 채우는 멤버, 제작진을 생각한다.”
이승기는 ‘궁합’ 준비 과정에서 직접 사주를 보러 여러 점집을 다녀본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후 든 생각은 “사주는 반만 믿을 것”이었다. “유명한 데를 많이 갔는데 사주를 정말 잘 맞추더라. 기가 막힌다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나에게 ‘할머니 제사 잘 지내라’고 하더라. 근데 나는 할머니 두 분이 다 살아계신다. 그걸 들은 뒤로는 자기 능력으로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분 좋게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 될 것 같다.”
‘궁합’의 중심은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 그리고 부마후보를 직접 확인하러 나서는 사나운 팔자의 송화옹주가 동행하는 과정으로 이끌어간다. 이승기와 심은경의 케미가 주안점이다. “은경 씨는 굉장히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다. 사람을 울컥하게 하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송화옹주와 잘 어울렸다. 마지막에 ‘인생에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요’라는 대사는 더할 나위 없이 잘 한 것 같았다.”
그밖에 출연한 김상경, 연우진, 강민혁, 최우식, 조복래 중 합이 잘 맞은 멤버를 꼽아 달라 하자 “나는 안 맞는 사람이 딱히 없다. 그게 나의 장점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합을 잘 맞추려 하고 ‘더 잘 맞다’는 느낌으로 간다. 나와 함께한 모든 배우, 형들, 제작진들이 합이 다 잘 맞았다”고 대답했다.
‘돌아온 이승기’를 본 주변 반응에 대해서는 “우리 사장님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사장님께선 ‘우리 애가 볼살에 가려져 있었다’고 하셨다. 마지막 20대의 풋풋함이 ‘궁합’과 너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볼살 여부에 따라 연기력의 평가가 달라진 것 같았다.(웃음)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아주 큰 장점은 큰 스크린에서 완벽한 편집을 통해 보다보니 느낌이 다르더라는 것이다. 드라마였다면 볼살이 방해된다고 하셨을 거다.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섬세함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오늘의 연애’로 문채원과 호흡을 맞춘 이승기는 ‘궁합’으로 영화에선 두 번째 로코연기를 펼쳤다. 이제 갓 전역한 마음처럼 그에게도 영화로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 많다. 특히 영화에서 도전하고 싶은 게 많다. 드라마에서 16부까지 가려면 장르가 복합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 안에 멜로, 코믹 등이 들어갈 수 있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거나 전혀 이승기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직은 로맨스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좋은 선배님들과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것도 연기하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