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정상회담 '北술책' 위험, 비핵화 기회로 바꿔야

신원식 예비역 육군 중장·전 합참 작전본부장

南과 美에 정상회담 제안한 北

제재 흔들 '꽃놀이패' 쥐었지만

한미동맹·국제공조 강화 통해

가짜 평화 아닌 核포기 이끌길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린다.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과 함께 보인 미소가 봄을 알리는 신호라는 기대가 만발하다. 한편으로 과거 거짓 술책의 반복일 뿐이라는 우려도 크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합성어다. 정상회담이 안고 있는 위험을 알고 이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지혜요 전략이다. 그래야 김정은이 진심이든 속임수든 관계없이 우리가 원하는 북한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첫 번째가 민족 공조라는 위험이다. 북한이 우리 예상보다 서둘러 4월에 정상회담을 제의한 이유가 무엇일까. 당장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미래에 예견되는 어려움을 민족 공조로 풀기 위해서다. 북한은 민족 공조의 상징인 6·15 기념행사를 오랫동안 공동 개최하자고 집요하게 요구해왔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4월 정상회담을 기회로 이를 합의하고 6·13지방선거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이 없을 때 매년 연례행사로 만들 속셈이다. 이어서 8·15광복절, 10·4선언 기념행사까지 공동으로 하자고 밀어붙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대세가 ‘비핵화’가 아닌 ‘우리 민족끼리’로 바뀔 수 있다.

두 번째가 한미동맹과 국제제재가 흔들릴 위험이다. 지금은 한미 모두 그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달라질 개연성은 늘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이 8·15 기념행사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8월 내내 하고 시기가 겹치는 한미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미루거나 취소하자고 하면서 안 들어주면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하겠다고 할 수 있다. 들어주면 한미동맹 약화의 출발이 되고 거부하면 대화 분위기는 파탄 난다.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정례화하자면서 금강산 재개의 미끼를 던질 수 있다. 받으면 대북제재가 깨지기 시작하는 것이고 거부하면 우리에게 위기 고조와 인도적 문제 외면의 책임을 돌릴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에도 두 가지 위험이 있다. 회담에 나온 김정은이 진심으로 핵 폐기 의사를 보이면 간단하지만 각종 조건과 핑계를 대며 과거처럼 술수를 부리면 문제가 생긴다. 미국은 과거처럼 쉽게 속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위험이 있다. 첫째 대화론이 힘을 잃고 북한과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하고 비핵화 비용만 커지니 즉각 군사적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고위험·고비용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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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위험은 미국이 비핵화 대신 핵 동결과 평화협정의 교환으로 북핵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안전을 위해 한국 안전을 희생한다는 의미로 우리에게 재앙 수준의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우리를 향한 북핵은 그대로면서 평화협정으로 주한미군 철수의 길만 터놓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일본과 함께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면 막을 수 있겠지만 민족 공조를 믿는 순진함으로 이를 환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비핵화를 호언장담해온 미국이 국제적 체면을 유지하는 구실을 우리가 제공하게 된다. 미국은 “어떤 위험이 있어도 비핵화를 하려고 했는데 동맹의 요구를 수용해서 핵 동결로 마무리했다”고 하면서 “한국이 원하는 대로 했으니 비용을 대라”고 할 수 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치명적인 위험에 빠진다. 당장의 위안을 위해 가짜 평화를 선택하면 대가는 참혹하다.

우리가 위험을 알고 역(逆)이용하면 기회가 열린다. 북한은 멸망 직전까지 몰리지 않으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오직 강력한 한미동맹과 국제제재로 그 상황을 만들어야 포기시킬 수 있다. 이번에 북한에 핵을 정의의 보검(寶劍)이 아니라 멸망을 앞당기는 독배(毒杯)로 만들 때 우리가 이긴다.

신원식 예비역 육군 중장·전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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