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사실상 제한하면서 분양가격과 인근 시세차이가 큰 ‘로또 청약 아파트’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그러나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현금부자들만의 청약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당초 9일 모델하우스를 열 계획이었던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이 1주일가량 연기됐다. 중도금 대출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면서다. 정부는 현재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보증을 서지 않는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 40%를 대출하는 방안을 막판까지 고심했으나 결국 보증을 서지 않기로 했다. 이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4,160만원에 달해 분양 물량 대부분이 10억원을 넘어선다. 이에 수분양자는 분양가의 60% 상당인 중도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 단지에서 가장 작은 형인 전용 63㎡형(24평형)의 분양가는 1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잔금 30%를 제외한 약 7억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이 수중에 있어야 계약할 수 있다. 그러나 40%의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면 계약금만 본인이 마련하고 중도금 4회차까지는 대출로 조달하고 6회와 7회차 중도금만 자체조달하면 된다. 입주후에는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해 20~30년에 걸쳐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청약자들은 분양가의 절반도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면서 “향후 기대 소득이 있어도 당장 목돈이 없는 사람은 애초에 기회를 차단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에이치개포 자이가 HUG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은 평균 분양가(3.3㎡당 4,160만원)와 인근 단지 실거래가가 3.3㎡당 1,500만원 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실거래가 사이트에 따르면 디에이치자이 개포와 인접한 리체하임 전용 84㎡의 1월 실거래 가격은 약 19억5,000만원이었다. 디에이치자이에 84㎡형에 당첨될 경우 입주시기까지 현재 시세가 유지된다면 4~5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와 대출 통제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현금부자들을 위한 로또 청약단지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분양을 앞두고 있는 서초 우상 1차 재건축 단지도 분양가 통제로 인해 3.3㎡당 4,200만원 안팎에서 분양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당첨시 2~3억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하다. 과천 주공 2단지를 재건축해 이달 중 분양예정인 과천 위버필드 역시 마찬가지. HUG 분양보증 기준에 따르면 최근 1년내 분양 단지의 최고 평균분양가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지난 1월 과천주공7-1단지 재건축인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의 평균분양가는 3.3㎡당 2,955만원에 책정됐다. 위버필드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 3.3㎡당 3,000만원을 넘기 힘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지역 평균 아파트 가격은 3,567만원이다. 과천 위버필드에 당첨만 돼도 1억~2억원 가량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올해 과천에서는 주공1단지, 주공6단지, 주공12단지 등이 줄줄이 분양될 예정이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염리 3구역 재개발) 역시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교수는 “빚내서 집 투기하는 것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이 결국 상환 능력은 배제한 채 오로지 목돈 있는 사람만 ‘아파트 로또’를 맞을 수 있게 했다”고 꼬집었다.
/이완기·이주원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