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대미수출·중국산 자재 사용 줄여라"

철강업체, 미국 공세에 특별 대응 논의

美, 호주도 25% 관세폭탄 제외

미국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 폭탄을 던지자 철강 업계가 대미 수출물량 감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자재 사용을 가능한 줄이는 방안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대량으로 수입해 자신들에게 되판다며 보복관세의 강도를 높여가는 미국을 회유하기 위해서다. 특히 캐나다·멕시코에 이어 호주까지 제재망을 빠져나가 한국의 상대적 부담이 커진 만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11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9일 미국이 한국 등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한 직후 철강 업체 고위임원들을 긴급 소집한 뒤 “한국산 철강이 232조에 포함된 것은 환적(換積) 수출 때문”이라며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면 결국 업계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대량 수입해 거의 그대로 자국에 팔고 있다고 보고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날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량을 줄이거나 중국산 자재 사용 비율을 더 낮추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가 관세 부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을 달랠 길이 이것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그간의 대응방식을 고집해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산을 재가공해 파는 철강 비중이 2.4%에 불과하다며 미국을 거듭 설득해왔지만 결국 232조 발동을 막는 데 실패했다. 한국이 미국의 군사적 우방임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비즈니스맨’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국이 비록 군사 동맹국이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봐줄 수 없다는 게 미국의 기조”라고 철강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설명했다. 미국이 안보를 운운하며 232조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구미를 당길 만한 회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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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국이 경제적 이해를 고려해 일부 국가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면서 ‘면제 로비’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대미 수출 1·4위에 오른 캐나다와 멕시코가 ‘잠정 면제’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호주도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각국이 잇달아 제재를 피해가면 한국이 짊어지는 부담만 배로 커진다. 업계를 중심으로 수출물량 감축 등으로 출혈을 감내하면서까지 미국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고 결정한 배경이다.

이 같은 논의에 일부 업체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관세가 두려운 것은 이미 대부분의 제품에 고율의 보복관세가 매겨졌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232조 발동 이전부터 대응수위를 높였으면 스스로 수출물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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