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비욘세의 댄스나 검객의 동작 등 개성 넘치는 세리머니를 펼쳤던 장하나(26·비씨카드). 이번엔 화려한 세리머니 대신 우승을 확정한 뒤 그 자리에 잠시 무릎을 꿇었다가 일어섰다. 동료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는 참았던 눈물도 쏟아냈다. 그만큼 감격이 컸다.
장하나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년6개월 만에 통산 9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미국 무대에서 복귀한 지 10개월 만의 첫 우승이라 기쁨은 곱절이 됐다.
장하나는 11일 베트남 호찌민의 트윈도브스 골프장(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2018시즌 두 번째 대회인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 하민송(22·롯데)과 연장 혈투 끝에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장하나는 2011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우승을 거르지 않으며 모두 8개의 우승트로피를 수집했다. 해외로 진출한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2016년 3승, 지난해 1승 등 4승을 거뒀다. 강자로 자리 잡았으나 지난해 5월 전격적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골프 외에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했다.
‘유턴’을 선택했지만 우승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 합류한 이후 준우승 2번을 포함해 6차례 톱10에 들었던 장하나는 2018시즌 두 번째이자 복귀 후 18번째 대회 출전 만에 마침내 우승 문턱을 넘었다. 2015년 9월 YTN·볼빅 여자오픈 우승 이후 2년6개월 만에 거둔 KLPGA 투어 통산 9승째.
이날 우승 과정도 극적이었다. 선두 하민송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장하나는 1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 출발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2번부터 11번홀까지 10개 홀에서 7개의 버디를 뽑아내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6언더파 66타를 친 장하나는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 2타를 줄인데 그친 하민송과 공동 선두로 정규라운드를 마쳤다.
18번홀(파5)을 반복한 연장전에서도 고비가 있었다. 연장 1차전을 나란히 버디로 비긴 장하나는 두 번째 연장전에서 2m 남짓한 다소 무난한 버디 기회를 만들고도 퍼트를 놓쳤다. 다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3차 연장전에도 티샷을 페어웨이에 깨끗이 떨궜다. 흔들림 없는 플레이에 하민송이 티샷을 오른쪽 러프로 보내는 실수를 했다. 하민송이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자 장하나는 1m 남짓한 거리의 완벽한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가운데 이글 퍼트를 떨구며 팬 서비스도 놓치지 않았다.
2년7개월 만의 두 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던 하민송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한솔(22·동부건설)이 11언더파로 3위에 올랐고 지난해 12월 효성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개막 2연승을 노린 루키 최혜진(19·롯데)이 4위를 차지했다. 2017시즌 전관왕 이정은(22·대방건설)은 이날 5타를 줄여 자신의 2018시즌 첫 대회를 4언더파 공동 16위로 마쳤다. 장하나는 경기 후 “골프 인생에서 1위로 꼽을 법한 (감격적인) 우승이었다”고 소감을 밝히고 “국내 통산 20승이 목표인데 올해 4~5승을 쌓기 위해 지금의 좋은 샷 감각을 끝까지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