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비핵화 윤곽도 안나왔는데 경협 검토 한다니

남북·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자 정부가 남북 경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5월 이후 경제정책의 판이 바뀔 수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해 경협 실무준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에는 통일부가 “기업이 개성공단 현장에 가서 직접 시설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비록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있고 유엔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이미 청와대와 정부의 마음은 개성공단 가동을 비롯한 경협 재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남북·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북핵 문제가 해결된 후 남북 경협이 뒤따르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꽉 막혔던 인적·물적 교류가 이뤄진다면 긴장완화는 물론 개성공단 폐쇄로 큰 피해를 본 입주업체들에 활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경협을 논할 때가 아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는 하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단계와 방식,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의 방법, 핵 폐기 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건 등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첩첩이 쌓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벌써부터 경협 운운하니 과속 경고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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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4월과 5월에 열릴 남북과 북미 연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성과를 끌어내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치의 틈만 보여도 북한은 이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최고 수준의 제재와 압박이라는 대북 국제공조의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물샐 틈 없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유지해야 모처럼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완전한 핵 폐기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남북 경협은 이 모든 것이 확인된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한눈을 팔지 말고 오직 북한의 비핵화에만 매달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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