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메이 英 총리 "러시아 스파이 사건, 러 소행 가능성 커"

"러 1970∼80년대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사용돼…대응방안 논의할 것"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자신의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은 스크리팔이 지난 2006년 모스크바 군법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모습./AFP=연합뉴스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자신의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은 스크리팔이 지난 2006년 모스크바 군법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모습./AFP=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와 그의 딸이 영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가 1970∼198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으로 밝혀졌다며 이같은 영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신경작용제가 발견된 데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며, 14일까지 믿을 만한 대답을 듣지 못할 경우 이번 사건을 러시아가 영국에서 불법적인 폭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했다. 아울러 의회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러시아 정부가 직접 신경작용제를 사용했거나 관리에 실패해 남의 손에 들어갔다는 두 가지 가능성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과거에 러시아 경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이끌어 왔으며 이제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이 “무고한 시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 것으로 영국을 향한 무분별하고 무모한 행동”이라면서 “영국 땅에서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려는 뻔뻔한 시도를 참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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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4일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미확인 물질에 노출된 뒤 쓰러진 채 발견됐다. 스크리팔은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소속 전직 장교로 2006년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에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원을 넘긴 혐의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으로 건너왔다.

사건 발생 이후 영국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해 왔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조사 중이라며 섣부른 추측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지만, 이날 총리 주재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의 소행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영국이 이번 사건을 반 러시아 활동이나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방송의 모스크바 특파원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남부 러시아의 곡물 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영국 정부가 이번 사건의 진짜 원인을 먼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역시 메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서커스 쇼”라고 반박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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