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할 헌법 개정안에 ‘감사원 독립기구화’가 포함되면서 감사원(사진)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현재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결부돼 개헌 논의에서 빠짐없이 거론되는 기관이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해 국회가 ‘칼자루’를 쥐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감사원 기능 일부가 국회로 이관되면 해당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의 소속 또한 국회로 바뀐다. 감찰 업무만 삼청동에 남고 나머지는 국회로 옮기는 방식이다. 감사원 일각에서는 국회 공무원의 우수한 복리후생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감사원의 감찰 업무에 매력을 느끼고 삼청동에 남고 싶어하는 이들도 다수다.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옮기고 감찰 기능만 남게 되면 별개의 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 또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의 직무 감찰 업무는 공직자 행동강령과 부패신고 등을 다루는 권익위의 업무와 일부 중복되기 때문이다. 다만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권익위의 기능은 헌법이 아닌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규정돼 있어 개헌 과정에서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회계검사의 칼자루를 쥐게 됐을 때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여야 의석수에 따라 휘둘릴 경우 감사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재형 감사원장도 지난 7일 “국회의 예결산 업무, 행정부 견제 기능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국회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 혼란스러우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날 발표된 독립기구화 방안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의 객관적·독립적 심사를 강화한다는 큰 그림만 있고 세부 각론이 나오지 않아 우리도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