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돈으로 만든 일자리...결과는 고용쇼크]14조 퍼부은 성적표 '참담'..."일자리정책 진단도 처방도 틀렸다"

정부, 구조개혁 대신 한계 드러난 재정카드만 또 고집

친기업 정책으로 실업률 낮추고 성장률 올린 佛과 대조

재정만으로는 해결 안돼...기업 손발 풀어줄 정책 필요"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조3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뽑은 기업에는 인건비를,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청년에게는 수당을 주는 파격적인 정책이 포함됐다. 여기에다 올해 최저임금 16.4% 급등에 따른 실업을 최소화한다며 3조원의 일자리안정자금까지 마련했다.

결과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지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대를 간신히 턱걸이하며 8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30만명을 넘는지, 밑도는지가 관심사였는데 10만명선을 지키는 것도 위태할 정도다.

정부가 21번째에 걸쳐 청년 고용대책을 냈지만 의미 있는 수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2.5%포인트 하락한 9.8%를 기록, 숫자만으로는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통상 2월 초에 이뤄지는 9급 공개채용시험 원서 접수가 올해는 2월 말로 늦춰지며 13만명에 달하는 지원자들이 비경제활동인구(구직단념자)로 잡혀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 영향이 크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역시 “구조조정 등 고용과 관련한 하방 위험이 있고 3월에 기업·공공부문 채용이 본격화하면서 청년 실업률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자리 안정자금 등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예산·세제·금융·제도개선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실효성 있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꺼낼 청년 일자리 대책도 결국에는 또 재정 투입에 머물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15일 추경 편성 여부 등 예산과 세제·금융 등을 망라한 청년일자리 대책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재정에 기대 일자리 창출의 본질을 외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법인세는 잔뜩 올려 일자리를 만들 기업의 손발은 묶은 채 임시방편으로 나랏돈만 풀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개선 없는 혈세 투입이 결국 재정 부담만 키운다는 얘기다. 정책 연구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도 “일자리를 만든다면서 추경 11조원에다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까지, 기존 예산 이외에 추가로 14조원을 투입하지만 2월 고용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라면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아무리 재정을 준다고 해도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가 기업에 근로자 임금을 3년간 주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의 경우 예산 집행률이 36%에 그쳤다. 일자리안정자금 역시 올 들어 이달 13일까지 근로자 기준 119만명만 신청돼 목표치(300만명)를 크게 밑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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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각한 부분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기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점이다. 세제개편만 보더라도 미국과 프랑스·영국·일본 등 주요국들이 기업활성화를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동안 한국만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연구개발(R&D) 세제혜택은 30%에서 25%로 줄였다. 여기에 최저임금은 급등했고 근로시간까지 단축돼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있다. 결국 기업의 해외이전만 부추기면서 국내 투자는 줄고 일자리 역시 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은 전년(391억달러)보다 11.8% 늘어난 43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다.

정연앙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투자해야 일자리가 생기지만 주요 기업들은 외국으로 나간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경영의 장애물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꼬집었다.

적극적인 시장 중심 개혁 정책으로 눈부신 경기 개선의 성과를 내고 있는 프랑스 사례 역시 한국의 고용정책에 의문을 던져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공무원 구조조정과 함께 해고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 중심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4·4분기 실업률이 8.9%로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떨어지며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3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1월과 마찬가지로 3.0%였지만 프랑스는 1.8%에서 2.2%로 무려 0.4%포인트나 껑충 뛰어올랐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재정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세종=임진혁·강광우·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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