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인지를리크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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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체제가 심화하자 유럽 국가들은 공산주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특히 지중해 지역은 소련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소련은 영토 양도와 해군기지 건설 권리를 요구하며 터키를 상대로 연일 압력을 넣고 있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전쟁으로 국력이 소모된 상태여서 이를 막아내기가 힘겨웠다. 이에 영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미국 국무부는 즉각 지원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1947년 3월12일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의회에서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하겠다는 외교 원칙을 천명했다. “자유를 지키고자 싸우는 각국의 국민들을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 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트루먼독트린이다. 미국은 이 원칙에 따라 그리스와 터키에 4억달러의 군사·경제 원조를 제공했다. 터키 남부 아다나주에 있는 인지를리크 공군기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1951년 미 공병대가 투입돼 건설된 기지는 1954년 협정으로 미군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지는 이라크·시리아·이란 등과 가까운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이후 중동 지역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미군의 핵심 기지가 됐다. 1990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미군의 작전 허브로 사용됐고 2015년부터는 시리아 내 급진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에도 활용되고 있다. 핵무기 공유 협정에 따라 미군의 B61 핵폭탄도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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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지를리크 기지를 두고 미국과 터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내 IS 격퇴전에 쿠르드 병력을 지원하자 터키가 기지에서 미군의 군사작전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터키는 미국의 쿠르드 지원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 측은 인지를리크 기지에서의 군사작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즘 미국은 경제적인 힘이 떨어지면서 세계의 경찰로서의 역할 수행을 버거워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향을 감안한다면 미국이 중동에서 의외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면 중동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오철수 논설실장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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