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관련해 개성공단 폐쇄로 끊긴 임가공 네트워크와 원자재 공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중·북러 접경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을 구축하고 북한 나선지역에 남·북·중·러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다자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하지만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는 만큼 남북 경협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동북아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14일 중소기업중앙회·통일부가 공동 주최하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후원으로 열린 ‘중소기업 중심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은 남북한 민간교류가 시작된 1992년부터 남북경협의 주체로 활약했지만 대규모 초기 자본이 투입되는 남북 경협의 특성상 중소기업의 의견은 대부분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이번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는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를 제조업과 인프라 구축, 다자협력으로 구분한 뒤 총 9가지 협력 사업을 제안했다. 먼저 제조업 분야에서는 지난 2016년 북한 핵실험 이후 2년 가까이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재개와 함께 북중·북러 접경지역에 제2 개성 공단을 짓자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폐쇄로 끊긴 임가공 네트워크와 원자재·공급 공단 설립도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접경지역에 원자재 생산 중소기업 공단을 설치해 첫 단계로 중국·러시아 등 대륙시장에 진출한 뒤 교통 인프라가 구축되면 두 번째 단계로 북한 내륙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 분에서는 △철도 및 도로연계사업 지원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기술교육센터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등을 제시했고 △남·북·중 위탁가공사업지원센터 설립 △러시아 지역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북한 나선지역 내 남·북·중·러 혁신 클러스터 조성 등 다자협력 방안도 제안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국내 중소제조업계는 가동률 하락과 영세화 심화, 생산성 하락 등 어려운 경영 여건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 뒤 “신경제지도 구상은 중소제조업계에 경쟁력 향상과 지속 발전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북한의 시장화 진전으로 대기업보다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다방면 진출이 가능한 중소기업에 보다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을 통해 남북협력과 동북아경제협력은 중소기업에게 더 큰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계획 수립 과정에서 중소기업 등 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 경협을 한반도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점진적·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진행 중인데다 과거 남북한 관계가 작은 변수에도 크게 출렁였던 전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또는 북미 협상이 꼬이면 경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남북과 북미 간 협상이 잘 진행되더라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려면 한반도 주변국 간 6자회담 등 추가적인 협상이 점진적·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핵 협상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