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파편으로 100년간 떨어져 있던 신장(神將)벽전이 백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하나가 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목탑의 기단에 부조로 장식됐던 이 신장상은 크기가 1m가 넘는데다 신라의 대표적인 조각승려인 양지스님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국립경주박물관과 공동으로 사천왕사 녹유신장상(四天王寺 綠釉神將像, 사천왕사의 녹색 유약 입힌 벽돌판 위에 만든 신장상) 신장벽전의 3가지 유형을 15일부터 8월5일까지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 1층에서 특집 진열한다.
신라의 승려 양지가 호국 발원을 담아 녹색 유약을 입힌 벽돌판 위에 만든 이 조각상은 꿈틀거리는 듯한 생동감이 특징이다. 삼국유사는 양지 스님의 조각에 대해 “양지는 여러가지 기예에 통달해 신묘함이 비길 데가 없었다”며 “그가 조각을 만들 때는 온 성안의 남녀들이 다투어 진흙을 운반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사천왕사는 679년 문무왕이 경주 낭산 산유림에 건립한 호국사찰로 당나라의 해군을 막기 위한 의식을 시행했던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찰이었다.
아유카이 후사노신이 서탑지에서 신장벽전의 깨진 조각 일부를 수습한 1915년 당시 세 종류의 벽전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부서진 조각만이 사천왕사 자리에 묻혀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1918년 사천왕사 발굴을 개시했고 1922년부터 ‘고적발굴조사사업’의 하나로 본격적인 발굴을 진행했다. 광복 이후 발굴·연구자료를 토대로 벽전 파편을 조립한 결과 최소 두 종류의 신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200여점의 파편을 발굴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벽전은 일제강점기에 수습돼 국립경주박물관이 보관하던 ‘왼손에 칼을 든 녹유신장상’의 하단부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서탑지 북편에서 발굴 수습한 상단부 6점을 조립한 것이다. 문헌과 3차원 입체(3D) 스캔을 통해 같은 상이었음을 확인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7점의 파편을 조립하고 빠진 부분은 같은 유형의 ‘왼손에 칼을 든 녹유신장상’ 파편을 참고해 복원했다.
박윤정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이번에 전시되는 녹유신장상은 파편 한 점만으로도 전시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유물”이라며 “기술의 발달로 하반신만 외로이 전시되던 신장상을 복원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목탑 기단에 1m에 가까운 벽전이 들어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며 “보물은 물론 국보로도 지정될 만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