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공정한 하도급 문화 조성을 바라며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영화 ‘대부’에서 주인공 돈 콜레오네는 “나는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걸세”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이 대사는 협상에서 상대방에게 가하는 압력을 극단적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하도급 건설공사에서 거래당사자로 비유한다면 원도급자는 주인공, 하도급자는 그 상대방이 될 것이다.

건설산업은 전통적 수주산업으로 수주 없이는 기업을 영위할 수 없어 수주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구조다. 국가에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로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돼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공사 하도급 계약에서는 이러한 당사자 간 대등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이 무시되고 있어 끊임없는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설업이 태동한 지 7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종합은 원도급, 전문은 하도급이라는 수직·종속적 생산방식으로 인해 종합업체의 일방적인 하도급 가격 결정과 원도급업체의 우월적 지위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모두 전가하고 있다. 게다가 부당특약 설정 등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또한 협상력의 차이로 하도급업체는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일부의 경우 직접공사비에도 못 미치는 저가하도급으로 자재·장비업체 및 건설근로자들까지 악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이 건설산업의 현주소다.


이런 원도급자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보급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이 우선돼야 한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계약서 작성 시 편의를 제공하고 원도급업체의 법 위반을 최소화하며 약자인 하도급업체의 권익보호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작성·보급하는 계약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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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계약의 첫 단추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인데 실제 사용률은 62% 수준으로 저조하다. 이는 공정한 하도급 관리를 해야 할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에서도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이 의무가 아니라 권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하도급 행위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 확산에 최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건설공사에서 의무사용이 어렵다면 공공공사 여부, 하도급계약의 성격이나 규모 등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수직·종속적 관계가 형성돼 불공정한 거래행태가 만연했다. 이런 갑을 문화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어렵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약자 보호’와 ‘친서민 정책’은 이런 배경하에 나왔으며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여타 산업의 하도급업계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기업 간 공정한 하도급 문화 조성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저임금 등 노무비 인상 시 하도급업체에 하도급 대금 조정신청 권한을 부여하는 하도급법, 개별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했다. 공사기간 연장 시 하도급 대금 조정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의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선도적으로 발표해 하도급업체의 권익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건설산업도 갑을문화, 불공정 하도급 계약 등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건전한 건설문화 조성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의 일자리 창출 산업이라는 사실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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