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국영수+코' 라더니…

■ 코딩 의무화의 그늘

컴퓨터 시설·전문 교원수 태부족…열악한 공교육 인프라에 사교육 시장만 커져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자리한 한 코딩전문 교육기관 강의실에 교육용 PC와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코드학원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자리한 한 코딩전문 교육기관 강의실에 교육용 PC와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코드학원



중학교 수업시간 일주일에 겨우 1시간 뿐

컴퓨터실 없는 곳도 있어 학원 찾아 삼만리


16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자리한 한 코딩학원. 코딩을 배우려는 학생과 학부모로 붐비면서 최근 상담을 받으려면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서너 시간을 대기할 정도라고 한다. 이 학원에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7개월의 다양한 수준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수준별 수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같은 반에 초등학생과 대학생이 함께 강의를 듣는다.

이 학원 상담실장 최모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키우기 위한 교육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초상식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코딩이 포함된다고 하면서 선행학습을 시키려는 부모의 상담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학원 업계에서는 최근 코딩 열풍에 따라 기존 대치동과 목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코딩교육 시장이 마포·종로·분당 등으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 학부모 사이에서는 필수 학원 과목으로 ‘국·영·수·코’를 꼽는다. 여기서 ‘코’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뜻하는 코딩을 가리킨다. 코딩을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의 장래를 좌우할 필수과목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국어·영어·수학 외에 코딩까지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셈이다.


문제는 코딩에 대한 관심에 비해 공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코딩을 필수화했지만 학교 내 교육 인프라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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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교육에 대한 포문은 정부가 열었다. 정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이달부터 학교 교과과정 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화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학습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따른 조치다. 먼저 중학교에서는 올해부터 기존 선택 교과목이었던 ‘정보’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바뀌면서 1~3학년 총 34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정보 과목이 심화 과목에서 일반 선택 과목으로 바뀐다. 초등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실과 시간에 5·6학년을 대상으로 총 17시간의 정보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코딩을 제대로 교육하기에는 수업 시수(時數)가 적고 학교 내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중학교의 34시간 교육은 1년 동안 겨우 일주일에 1시간씩 수업하는 수준이다. 학생들의 코딩 실력이 일정 단계 이상에 도달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컴퓨터 실습실이 확보되지 않은 학교도 많다. 민주연구원의 ‘초중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현황과 개선 방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월 기준으로 초등학교 94개교와 중학교 78개교에 컴퓨터실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 69개 학교에는 오는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컴퓨터실이 설치될 예정이지만 나머지 103개 학교는 특별실 등 대체시설에서 수업이 예정돼 있어 부실 수업이 우려된다.

코딩을 가르칠 전문교원 수도 아직은 부족하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기본계획’을 보면 2016년 중학교의 정보 교과 교원 수는 1,354명으로 학교당 평균 0.4명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정보 교과 교원 수는 3,735명이지만 역시 학교당 평균 교원 수로 따지면 1.6명에 그친다.

일선 교사들은 “정부에서 코딩교육을 필수화한다고 말하면서 딱히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어·영어·수학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과목이라면서도 전문교사에 대한 교육 지원은 기존 연간 교육이 전부이고 그나마 전공 교과 수당도 없어 실력 있는 교사를 모집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7년째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승혁(35·가명) 교사는 “방과 후에 코딩 특강을 개설했는데 학생 수가 5~6년 전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며 “코딩을 학교에서 내실 있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교 내 인프라 구축과 전문교사 육성 등에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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