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토요워치] 대학·직업 모두 바꿀 새로운 권력…"경제력도 차이날 것"

■ 코딩삼매경에 빠진 지구촌

4차산업혁명 시대 걸맞은 사고·창의력 길러줘

"활용 능력따라 계층 차별화…코포자 막아야"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소프트웨어(SW) 취약 계층인 여성들에게 SW 교육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진행한 ‘맘앤걸스 코딩파티’에서 엄마와 딸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소프트웨어(SW) 취약 계층인 여성들에게 SW 교육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진행한 ‘맘앤걸스 코딩파티’에서 엄마와 딸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뉴저지주 뉴어크 지역 중학생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아워 오브 코드(Hour of Code)’로 이름 붙여진 이 행사는 코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C·O·D·E’라고 적힌 모자를 눌러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학생으로부터 컴퓨터 코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교육(?)에 임했다. 그는 “코딩은 개인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모든 미국인이 코딩을 배웠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면은 세계 각국이 코딩교육을 기반으로 한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SW) 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코딩교육에 4조4,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미쳐 살았던 빌 게이츠가 자택의 허름한 창고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설립하고 ‘윈도’라는 운영체제(OS)를 개발한 나라에서도 코딩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인 이태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소프트웨어 선도학교인 이태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짜는 코딩에 왜 전 세계가 열중하는 것일까. 코딩을 배워 프로그램을 짜는 개발자와 엔지니어는 과거에도 있었고 MS·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창업자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코딩에 빠져 살았던 이들이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코딩이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 시대가 지나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요구되는 인재상도 변했다. 단순 지식정보 처리나 노동은 AI가 해결,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사고력과 창의성, 정보수집·처리·활용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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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코드를 가지고 실체적 현상을 구현해가는 코딩은 이러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다. 순차·반복 등의 코딩과정을 통해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컴퓨터적 사고능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코딩은 과거 산업 시대에 필요한 프로그래머, 혹은 정보통신 전문가 육성을 위한 스킬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미래 디지털 경제 시대를 견인하고 적응하기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독해력)’를 배우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인 이태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사진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소프트웨어 선도학교인 이태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사진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코딩의 시대’를 맞으면서 디지털 활용 능력이 자칫 계층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딩과 SW 개발·활용 능력이 대학 진학이나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력의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딩 능력이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드’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적 여건 차이와 상관없이 어렸을 때부터 코딩교육을 실시하되 ‘코포자(코딩 포기자)’가 나오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정책·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사람끼리 대화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듯이 코딩은 인간이 컴퓨터와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며 “디지털 능력에 따른 계층 차별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학생들이 일기 쓰듯이 코딩을 배우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딩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배우기 훨씬 쉬워졌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컴퓨터 언어는 암호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유치원생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쉬운 코딩도구가 많이 개발돼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과 장난감 회사 ‘레고’가 함께 만든 ‘스크래치’는 모듈을 이용해 쉽게 프로그램을 짤 수 있고 미국의 비영리 교육단체 ‘코드’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4~6세도 코딩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과 게임 형태로 제공된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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