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고가 아파트 경매도 부자들 '잔치판'으로

감정가 10억 넘는 중대형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잇단 낙찰

대출규제 속 한달 이내 잔금 등

현금 동원력 있어야 응찰 가능

경쟁 심한 중소형 경매와 딴판

아파트 분양시장에 이어 법원 경매에서도 현금 동원력이 큰 부자들만의 경매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감정가 10억원이 넘는 서울 용산구, 서초구 등 주요 입지의 중대형 아파트·주상복합 매물이 감정가 또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 물건의 경우 감정가의 최대 10%인 입찰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고 낙찰 후 한 달 내 잔금을 치러야 해 고가 주택의 경우 현금이 많아야 응찰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편이다. 경쟁이 심해 감정가를 뛰어넘어 시세에 근접한 가격에 낙찰되는 과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서울 중소형 아파트 경매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다.

19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전용 면적 114㎡ 매물이 감정가 12억 5,000만원의 98%인 12억 2,50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면적 매물의 지난 1월 실거래 가격이 14억원이고 최근 호가는 15억원 이상이다.




이달에 낙찰된 매물들 중 감정가 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된 사례는 더 있다. 서초구 서초동의 고급 주상복합인 아크로비스타 전용 238㎡ 매물 역시 감정가 35억 2,000만원의 84%에 불과한 29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 마지막으로 신고된 동일 면적 매물의 거래 가격은 2017년 6월의 33억원이다. 용산구 한강로1가의 고급 주상복합 대우월드마크 용산 전용 면적 133㎡ 매물의 낙찰가는 11억 5,289만원으로 지난 1월 동일 면적 매물 거래 가격 12억 7,000만원보다는 저렴했다.


법원경매시장에서 감정가 10억원 이하의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매물의 월별 평균 낙찰가율은 지난해 9월 100.1%를 기록한 이후 12월 95.7%를 제외하고 이달(15일 기준)까지 100%를 넘는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감정가 10억원 이상 매물의 평균 낙찰가율은 지난해 11월~올해 1월 101~102%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100%를 밑돌았다. 1월 낙찰가율 165%를 기록한 송파구 신천동 장미1차 같은 일부 매물들의 영향으로 낙찰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고가 매물일 수록 낙찰가가 감정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지지옥션의 설명이다. 저가 매물에 비해 수요가 적은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입찰보증금, 한 달 이내의 잔금 납부 기한으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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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원래 법원경매 시장의 낙찰가는 각종 권리, 임차인 문제 등에 따른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가보다 저렴한 것이 정상”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장의 과열 현상에 따라 법원경매 시장에서도 서울 중소형 아파트 매물을 중심으로 감정가 이상의 낙찰가를 기록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형 아파트·주상복합은 매매가 원활하지는 않지만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낙찰 받았다면 시세에 근접한 낙찰가의 중소형 매물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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