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펄펄 나는 펄프값에 제지업계 '벌벌'

펄프값 톤당 809弗로 39% 급등

영업익 최대 68%↓수익성 비상

특수지 등 고부가제품 확대 총력

2015A16 수입펄프






펄프 가격 상승세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제지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펄프 가격은 제지 생산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제지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지업계는 고육지책으로 제지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수입산 인쇄용지의 저가 공세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9일 수입펄프 가격 정보 사이트 펄프워치에 따르면 국내 수요가 많은 인도네시아산 활엽수(BHK) 기준으로 지난 2월 펄프 평균가격은 895달러까지 치솟았다. 앞서 지난해 평균가격은 톤당 809달러로, 전년(578달러) 대비 39%나 올랐다.

캐나다산 침엽수(BSK) 기준으로는 2016년 평균가 705달러에서 지난해는 톤당 824달러로 17%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져 2월에는 1,02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펄프 가격은 2016년 8월을 기점으로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펄프 가격이 급등하자 제지업체들은 수익성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제품 가격을 소폭 올렸지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폭등한 펄프가격은 주요 제지업체들의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솔제지(213500)의 지난해 매출액(이하 연결기준)과 영업이익은 1조 5,395억원과 630억원으로, 2016년(1조 3,486억원, 1,164억원)에 비해 47.4%나 영업이익이 줄었다. 무림제지 3사 가운데 특수지를 생산하는 무림SP(001810)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714%로, 전년 대비 23.6%나 감소했다. 한국제지(002300)도 지난해 매출은 6,755억원으로 전년보다 3.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9억원으로 전년 대비 68.0%나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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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제지업계는 원가 절감에 나서는 한편 감열지 등 특수지 비중을 늘리며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전략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부터 신탄진 공장에 500억원 규모의 감열지 생산 설비 투자를 진행, 올해 말 마무리되는 만큼 감열지 생산 분야만큼은 글로벌 1위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신탄진공장도 기존 장항공장과 같은 스윙체제(필요에 따라 인쇄용지와 감열지를 탄력적으로 병행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장항공장과 천안공장까지 합쳐 연간 31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이는 전세계 감열지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로 내년부터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감열지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림SP 역시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지종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 강화하는데 힘쓴다는 방침이다. 최근 책이나 잡지 등에 사용되는 일반 인쇄용지 수요는 줄고 있지만, 제품 포장지·디지털 인쇄용지·쇼핑백 용지 등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무림SP는 라벨지(제품 용기 부착 스티커), CCP(화장품 및 고급 패키지용 종이), 보드지(소형 가전이나 의약품 종이 케이스) 등 고부가가치 특수지의 비중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한국제지는 고부가가치 특수지 비중을 높이는 한편 시장 맞춤형 제품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제작물을 가볍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는 하이벌크 백상지 ‘마카롱’, 저평량 백상지의 단점인 불투명도를 개선한 ‘카리스코트’, 고평활·고밀도 백상지 ‘빅토리’ 등 인쇄용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틈새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컨설팅 전문업체인 포스코ICT의 자문을 받아 동력전달장치, 공기압축기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노후 설비를 고효율 설비로 전격 교체하며 원가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기태 한국제지연합회 팀장은 “올 상반기에는 펄프 수요의 블랙홀로 작용했던 중국의 원료 수급 상황이 진정되고 활엽수 펄프의 생산이 소폭 늘면서 펄프가격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격 진정 국면에서는 제지업체들이 저마다의 경쟁력을 갖고 승부해야 하는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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