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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지금 만나러’ 이장훈, “영화 감독 된 이유, ‘키스 먼저’ 손정현 PD 때문”

‘지금 만나러 갑니다’(제작 ㈜무비락·㈜도서관옆스튜디오· ㈜푸른나무 픽쳐스, 감독 이장훈)가 개봉 7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봄 촉촉한 멜로 기운을 전파하고 있다.

영화를 전두 지휘한 이장훈 감독에 대해선 사실 알려진 바가 많이 없다. 이장훈 감독 역시 “영화 촬영을 다 하고 나서도 ‘어디 있다 튀어나온 애야?’ 그런 궁금증이 많더라. 그런 듣보 신인감독이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이장훈은 공대 출신 영화 감독이다. 주연배우 손예진은 지난 제작보고회에서, “멜로 영화와 공대 출신이 뭔가 매치가 안 됐다.”고 털어놓기도.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하지만 이장훈 감독의 순수함은 손예진 배우의 마음도 빼앗아 갔다. 손예진은 “‘우리는 이렇게 찍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할 것 입니다’라는 말을 앞세우기 보단, 있는 그대로 그 모습을 보여주시는 감독님이다. 저 분은 저런 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서 처음에 저는 솔직히 감독님을 보고 감독님이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 것.

이장훈 감독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영화를 주구장창 보고 자란 세대이지만, 꿈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 공대를 택한 드라마틱한 케이스도 아니었다. 스스로도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영화 감독에 뛰어든 특별한 계기라기 보단, 과를 잘 못 선택해서 공대에 가게 됐다. 그게 영화 감독이 된 계기라면 계기다. 공대를 가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냥 막연하게 가고 싶어서 갔다. 1학년을 보내고 난 뒤 내가 갈 길이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다. 4학년때까지 막상 난 뭘 하고 살아야지? 란 생각을 했다.”

알고보니, 대학시절까지도 영화의 ‘영’자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던 영화 감독이다. ‘영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그는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영화라는 걸 ‘꿈’의 영역에 놓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영화를 해볼까?’란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영화 감독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렸을 때부터 많이들 영화를 보고 지냈다고 하는데, 저는 정 반대였어요. 영화라는 것에 관심도 없었고, 비디오 가게는 왠지 죄책감이 들어가지 못했다. 그 때도 드문 드문 영화를 보면서도 잘 몰랐다. 내가 영화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1도 없었다. 근데 뮤직비디오에 관심을 갖고 이후 방송국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 한 선배가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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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감독에게 영화의 눈을 뜨게 해준 이는 현재 SBS ‘키스 먼저 할까요’를 연출 중인 손정현 PD이다. 그는 “손정현 선배가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겐 은인 아닌 은인이다”고 말했다.

“손정현 PD가 배재고등학교 동문이자 대학교 선배이다. 어느 날 손 선배가 SBS방송국 PD시험을 붙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 처음으로 PD란 직업이 뭔지 알게 됐다그 형을 보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생각이 들었다.. 그 뒤 영화 감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 게 제가 이 길에 접어들게 된 계기이다. 형도 처음엔 몰랐다. ‘형 때문에 이렇게 온 거에요’ 라고 말했더니 미안해하더라.”

손정현 PD는 이번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고 한다. 후배가 그동안 영화 일을 하며 힘든 시기를 겪었던 걸 잘 알고 있었던 것. 그렇게 마음의 짊을 한시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제가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의도치 않게 형이 죄책감을 많이 가졌다. 만났을 때 제 손에 택시비를 쥐어주시기도 하셨다. 이번에 영화가 개봉한다는 말을 전해드렸더니 너무 좋아해주셨다. 시사회는 안 오고, 단체 관람을 오신다고 해주셨다.”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장훈 감독은 그렇게 ‘입봉’이란 첫 스타트를 행복하게 끊었다. 그의 영화 철학은 “결국에는 제가 보고 싶은 영화,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제 스타일대로 한번 만들어보자”이다. 그의 행복한 숨결이 담겨 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관객들에게 그 기운을 그대로 전달했다.

“제가 관객의 입장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을 때 과연 보고 싶을까?’ 그리고 ‘과연 부끄럽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했다. 제작사 대표님들이 제게 큰 울타리가 돼 주셨다. 전 그 분들에게 큰 빚을 진거다. 결과를 떠나서 되게 좋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정말 하루 하루가 좋았던 영화이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영화이다. 행복하다.”

한편 지난 20일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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