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서울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건립 사업이 지역주민의 반대로 착공조차 못 한 채 1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기숙사를 ‘혐오시설’로 규정한 지역 이기주의에 막혀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사학진흥재단 등에 따르면 행복기숙사 사업 주체인 재단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사업비 97억여원을 추가로 배정하는 추진계획 변경 승인안을 의결했다.
‘조망권을 해친다’ ‘공사장 분진으로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당초 1개 동이었던 건물을 2개 동으로 설계변경하고 각종 환경·안전대책을 추가하느라 공사비 80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 탓이다. 여기에 사업 지연에 따른 건설기간 이자와 감리비 증가 등으로 17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서울 홍제동과 부산 남구에도 비슷한 형태의 행복기숙사가 있지만 동소문동처럼 공사비가 크게 늘어난 사례는 없었다.
당초 해당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204억원가량. 하지만 착공도 못 한 상태에서 무려 전체 사업비의 절반에 육박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사업비는 사학진흥기금(190억원)과 주택도시기금(101억원)에서 나온다. 총 1조3,900억원(2016년 기준) 규모인 사학진흥기금은 정부 출연금과 차입금이 1조1,100억원을 차지하는 사실상 혈세다. 정부는 행복기숙사 건립 예정부지를 30년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도심 내 기숙사 부족을 해결하고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혈세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주민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수십억원의 공사비를 더 들이기로 했지만 지역주민들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공청회 등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조망권 침해, 인근 초등학교 학생 안전 문제, 대학생 유입에 따른 음주문화 확산 등을 이유로 들며 ‘기숙사 계획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주민들은 기숙사 부지 앞에 초소를 세워놓고 차량 진입을 감시하며 공사를 막고 있다.
반면 일부 주민은 행복기숙사 사태를 우려했다.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모(45)씨는 “학교에서 님비(NIMBY) 현상을 배운 아들이 (행복기숙사) 사태를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부모 입장에서 창피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안전 문제에 대해 정작 해당 A초등학교는 “대학생 기숙사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주민 반대를 외면하기도 했다.
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사업비가 늘어난 이유를 전적으로 주민 반대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사업이 지연될수록 이자 비용 등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들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