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 선창에 따라 낭독하는 선서문이다. 지난 2016년 6월, 20대 국회 개원식에서도 이 선서문은 어김없이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사사로운 개인 영리나 정당 이익이 아니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는 다짐이다.
20대 국회 들어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지만 간과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국민투표법 개정이다. 국민투표법은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개헌 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1월 “현 상태로는 국민투표 진행이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국회의 국민투표법 개정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버티기’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당은 국민투표법 개정안에 협조하는 자체가 6월 동시투표를 인정하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자당 이익만 생각하는 고약한 심보다. 국회는 입법기관이고 국회의원 개개인은 헌법기관이다. 위헌 판결이 나온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국회의원 선서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다. 개헌을 하겠다면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바로잡는 기본적 책무마저 거부하고 있다면 개헌을 말할 자격이 없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회 개헌 의지를 더이상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투표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통령 발의안을 부결시키든, 국회의 독자 개헌안을 내든 이미 위헌이 된 국민투표법 만큼은 먼저 개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도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가 지금이라도 개헌 협상과 별개로 상임위에 계류돼있는 국민투표법 개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지난 20대 국회 개원식 화두는 개헌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20대 국회가 새로운 시대 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은 지난 20대 국회 개원식에서의 선서를 잊지 말고 개헌 국민 투표를 위한 초석인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국회 주도의 개헌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