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칼럼] 7년의 고통, 난민들의 꿈과 희망은 계속된다

샤힌 추타이 옥스팜 난민구호정책 책임자

시리아 내전 7년 난민 고통 외면하지 말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의 끈 놓지 않게




2011년 3월 15일 시리아 내전이 터진지 어느새 7년. 시리아에서 들려오는 통계 숫자는 상상 그 이상으로 참혹하다. 사망자 최소 40만 명, 긴급구호 지원 필요 1300만 명 이상, 구호 및 의료대 접근이 불가능한 동구타 등을 포함한 지역의 거주민 40만 명, 고향을 떠난 피난민1200만 명(시리아 전체 인구의 2분의 1), 이웃 국가에 거주 중인 시리아 난민 560만 명.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어린이를 포함한 시리아인들의 평범한 일상은 이미 오래 전 파괴되었다. 또 ‘인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많은 시리아인들이 죽음과 폭력, 굶주림, 착취 등의 끔직한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다.

여전히 시리아 동구타에서 들려오는 충격적인 현장 소식들은 몇 주째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아프린, 이들립, 데이르 에조르 등에서 일어난 공습과 전투는 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수많은 가족들이 구호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장기간의 위기 속에서 시리아 여성, 남성, 아동들의 삶은 무너져 버렸고, 그들의 존엄성은 이미 무시된 지 오래다.

필자는 옥스팜 활동가로 레바논과 요르단에서 시리아 난민에 관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수많은 난민들을 만났다. 그들이 전해주는 용기와 희망은 내 삶을 다시 겸손하게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도 내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만난 자와헤르는 시리아 홈스에서 탈출했다. 그녀의 인터뷰는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우리 집은 이미 없어졌어요. 폭격으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죠. 그렇다면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집으로 어떻게 돌아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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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리아에는 구호의 손길을 뻗을 수 없는 사각지대들이 많다. 갑작스런 공습으로 구호대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거나 지역이 폐쇄되고 군에 의해 장악되는 바람에 더이상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 구호단체들은 끊임없이 구호를 시도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옥스팜은 대략 2백 만 명의 시리아인들을 도왔다. 요르단, 레바논 난민촌에서는 안전한 식수 공급, 위생 및 필수 식량 지원뿐 아니라 난민들의 생계를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난민이 된 이후의 삶은 쉽지 않다.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은 높은 물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곳에서 당신이 시리아 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또 어린 자녀들의 세 끼 식량을 구해야 한다면 어떨까? 요르단 정부의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난민들은 여전히 일을 찾기 어렵고 구호단체의 지원에만 의존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사정이야말로 실제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난민 여성들에게는 ‘의미있는 일’이 전혀 없는 삶이 곧 현실이다.

요르단 자타리 난민 캠프에 있는 한 젊은 시리아 난민여성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소개했다. 13살 때부터 난민 생활을 시작한 아비르는 올해 20살로 캠프에서 잡지기자로 활동하며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있다. 그녀는 언젠가 시리아로 다시 돌아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고통받고 있는 전쟁 고아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시리아를 재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계속되는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불어 그 복구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비르를 비롯한 많은 시리아 난민들은 어려운 삶속에서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자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나 역시 아비르가 시리아의 재건스토리를 기사로 쓸 수 있게 되길, 시리아에 더 나은 내일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시리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끝나지 않은 비극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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