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서울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건립 사업이 지역주민의 반대로 착공조차 못 한 가운데, 돈암초등학교와 주민 간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기숙사반대위원회가 돈암초등학교 아이들의 등굣길 위험과 학습권 침해를 근거로 들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으나, 돈암초교 측은 행복기숙사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혀서다.
기숙사반대위원회는 행복기숙사 건립예정 부지 앞 인도가 근처 아파트 등 주택가에 사는 돈암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사기간에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아이들의 수업에 지장이 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기숙사 부지 바로 뒤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이제 1년 됐다는 강인선(가명·43)씨는 기숙사 건립은 무조건 반대라고 말한다. 강 씨는 “지금도 흙이 날려서 불편한데, 여름 장마철에 비라도 오면 공사장에서 발생할 흙탕물이 얼마나 심할지 상상도 안된다”며 “대학교 근처도 아니고 왜 이곳에 굳이 대학생 기숙사를 지으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삼선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학부모 김서현(가명·45)씨는 “삼선중학교 등굣길은 기숙사 부지 반대쪽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하지만 기숙사가 생기면 밤에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대학생들로 인해 시끄러워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기숙사 근처에 술집이나 치킨집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서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숙사반대책위원회는 학생들을 외면하고 사학재단의 손을 들어준 돈암초등학교장은 물러나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기숙사 건립 예정 부지와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자리보전에 연연한 돈암초등학교장은 교육자가 아니다’, ‘돈암초등학교장은 각성하라’란 식의 플래카드가 여러 장 걸리기도 했다.
돈암초등학교 측은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한 대책은 마련한다면서도 기숙사 건립 찬반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돈암초교 관계자는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이 문제에 개입할 위치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교장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는 현재의 갈등 상황이 학생들의 정서에는 더 악영향”이라며 “어린 학생들마저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으로 나뉘어 논쟁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