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보화 사회의 관심은 공간 제약이 없는 무한 통신이다. 공간에서의 공기 매질을 통한 정보통신기술은 급속히 발전해 최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경기 장면은 5세대(5G)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전송됐다. 나아가 우리는 어떠한 장애물도 직접 투과하는 통신기술을 추구하고 있다. 지하 통신에 있어 땅속에 터널과 같은 통신 통로가 아니라 지하 암반 매질을 직접 투과해 지상-지하 통신 및 땅속 미지 정보를 탐색하려고 한다.
지하 정보의 신속한 파악과 통신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야는 국방산업이다.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올해 1월부터 ‘DARPA 지하탐색 기술 경연(Subterranean Challenge)’을 개최하고 전 세계로부터 참가팀을 모집하고 있다. 목적은 접근이 어려운 지하 환경의 원격 신속 매핑, 빛이 없는 지하 지형의 인식, 기존 통신망이 작동하지 않는 지하에서의 정보 공유, 지하 재난 시 인명 탐색과 구조 등을 위한 혁신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지상·해상·공중을 벗어나 미래 전쟁을 ‘지하전(地下戰)’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안보 측면뿐 아니라 자연재해 안전과 땅속 환경의 활용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혁신적인 지하 탐색 기술은 도시 및 생활 측면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지하 암반을 직접 투과하는 지상-지하 무선 정보통신으로 ‘TTE(Through-The-Earth)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수 ㎑ 대역의 저주파(VLF) 전자기장을 이용하는 지각 투과 무선 통신기술로 애초 지하 광산의 재난 대응과 인명 구조를 위해 미국 정부 주도하에 개발됐다. 현재 심도 300m 이상의 지하 암반을 투과해 음성·문자 전송과 통신이 가능한 수준으로 실용화돼 정보통신 관련 산업에 응용되고 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서는 보다 혁신적으로 1㎑ 미만의 극저주파(ULF) 전기장 방식으로 2㎞ 이상의 암반을 투과하는 TTE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만약 칠레 산호세 광산처럼 지하 700m 갱도 붕괴로 인한 광부 매몰 사건이 또 발생한다면 TTE 시스템을 통한 신속한 교신으로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땅속을 투과하는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는 기술로 ‘우주선 뮤온 방사선 사진술(cosmic-ray muon radiography)’도 있다. 이 기술은 종류에 따라 지하 수백~수천m 침투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뮤온이 물질을 통과할 때 매질 (돌·공기 등) 특성에 따른 뮤온 입자 양의 차이를 조사해 구조물의 내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일본·프랑스·이집트의 스캔피라미드 미션팀은 이 기술로 4,500년 전 세워진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 내부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빈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이 기술을 이용해 일본 가고시마현 화산섬의 내부 구조를 투시 촬영하기도 했다.
이제 투과·투시 정보통신기술도 음성·텍스트·데이터에서 시각화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8’의 핵심 키워드는 비주얼(visual)이었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신체 조형물을 바라보면 몸속 근육과 장기를 보여주는 인체 의료정보 시각화 기술은 공상과학의 투시안경을 연상케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인간과 복제인간(리플리컨트)이 혼재하는 미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땅속 투시용 드론 탐사장비로 지하 30m 땅속에 묻혀 있는 물체를 스캔해 실시간 3차원 영상으로 눈앞에 보여주는 미래 사회를 그렸다. 땅속처럼 보이지 않는 곳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은 인간의 오랜 꿈이다. 과학기술은 이런 욕망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단테가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구 내부를 여행한 것처럼 지상에서 투명하게 땅속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구 내부를 지나 반대편 천국문 앞에는 과연 베아트리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