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경이 만난 사람] 박태호 효성 이사회 의장 "濠·加처럼 '통상 장관' 만들어 협상 역량 키워야"

[박태호 효성 신임 이사회 의장 <前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본부장 개인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

통상 전문가 교육·양성 시스템 구축 필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통상조직이 이렇게 약해서 되겠습니까.”

국내 대표적인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박태호 효성 이사회 의장의 일갈이다. 우리나라 통상교섭본부가 차관급 조직이어서 협상 상대국에 비해 위상이 떨어지고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 의장은 지난 2012~2013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국의 통상 교섭을 총괄 지휘했던 인물이다.

박 의장은 “내가 본부장으로 있을 때만 해도 조직 직원들의 실력이 쟁쟁했고 일하는 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며 “이후 조직이 흔들리면서 전문성이 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2013년 통상교섭본부는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옮겨가면서 폐지됐다. 수년간 본부에서 역량을 키운 외교부 직원들도 원래 부처로 복귀해버렸다. 올해 들어서야 본부가 부활됐지만 직급이 차관급에 머무르고 인력 충원도 더딘 상태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한국의 통상 협상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개인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박 의장은 약해진 역량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통상 장관’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관급이다 보니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다른 부처의 협조를 받는 데 한계가 있는데 장관급으로 격상하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호주와 캐나다 등도 통상 장관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인 교육·양성 시스템으로 통상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박 의장은 평소 세계 각국 통상 관계자들과 긴밀히 교류하며 파트너십을 다지는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통상 부문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등 큰 단위부터 일부 국가들끼리 작은 단위까지 공식·비공식 회의들이 많습니다. 이런 모임에 일일이 참여해 해외 인사들과 어울리고 정보도 주고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 것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소에 쌓아놓은 파트너십과 정보력이 중요한 순간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죠. 혹시 그동안 우리가 이런 기본에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박 의장은 재야인사가 된 지금도 해외 인사와의 소통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요즘에는 한국에 와 있는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각국 대사들을 돌아가며 만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계속 얘기하다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속내를 비치기도 하는데 일부 인사들은 한국이 미국만 신경 쓰고 자신들은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도 하더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당면 이슈가 없는 나라들까지 다양한 소통·협력의 자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