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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女帝 정경화 "70세에 기력·정성 다 쏟은 작품...음악, 하면 할수록 더 어렵네요"

<33번째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

'영혼의 동반자' 케빈 케너와 처음으로 앨범 작업

드뷔시·포레 등 佛 대표 작곡가들 음악으로 채워

"젊은 때 정열 담은 '사랑의 인사' 이젠 원숙미 물씬"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이제 죽어도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력과 정성을 다 쏟았습니다. 스스로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소리가 나올 때는 너무나 실망스러워 좌절하기도 했지만 주위 스태프들을 100% 믿고 열심히 했습니다.”

한국이 낳은 ‘바이올린 여제(女帝)’ 정경화(70·사진)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자신의 서른세 번째 앨범인 ‘아름다운 저녁(Beau Soir)’ 발매를 기념하는 간담회를 열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음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경화는 별다른 수식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거장이다. 6세 때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하자마자 깜짝 놀랄만한 재능을 보인 그는 불과 3년 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며 일찌감치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단 두 번의 레슨을 받고 학교에서 불러본 모든 노래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이후 1967년 당시 최고 권위의 미국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줄곧 일인자로 군림해 왔지만 정경화는 여전히 티끌 하나 없는 순도 100%의 연주를 선보이는 그날을 꿈꾸고 있다. “남들은 저보고 ‘레전드’라고 부르지만 저는 그 얘기가 부끄럽고 근질거려요. 벌써 서른세 번째 앨범을 내놓았지만 하나도 쉬워지는 게 없어요. 지금도 저는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훌륭한 연주를 유튜브로 감상하려고 ‘아이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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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번에 발매한 앨범에는 드뷔시·포레·프랑크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정경화는 “맏아들이 장가를 갔는데 아직 손자·손녀가 없다”며 “손녀가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포레의 ‘자장가’를 음반에 수록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앨범의 피아노 반주는 정경화가 평소 ‘영혼의 동반자’라고 밝혀 왔던 케빈 케너가 맡았다. 정경화와 케빈 케너는 2011년부터 호흡을 맞췄지만 앨범 작업을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경화는 “케빈 케너는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라 나의 ‘듀오 파트너’”라며 “7년째 매달 만나 지독히 연습하면서 온갖 레퍼토리를 함께 섭렵한 사이”라고 전했다. 정경화 케빈 케너는 오는 4월 2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정경화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1987년 자신의 앨범에 수록했던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다시 녹음해 ‘아름다운 저녁’에 담은 사연도 들려줬다. “1987년 당시 저의 큰아들을 생각하면서 연주했던 음악이 바로 ‘사랑의 인사’입니다. 그 음악에는 젊은 시절의 정열과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지요. 이번에 수십 년 만에 다시 그 곡을 연주하니 정열과 열정 대신에 뭔가 단순(simple)한 원숙미 같은 게 묻어 나왔어요.”

지난 26일 일흔 번째 생일을 맞은 정경화는 이날 간담회 시작 전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경화는 음악가로서의 마지막 꿈을 묻는 질문에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 어머니만큼 긍정적인 사람을 저는 보지 못했어요. 지난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 동안 연주를 하지 못했을 때도 어머니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공부를 멈추지 않았어요. 언제까지 연주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순간 마음에 안 들어 찢어버리지 않아도 되는 그림 한 폭을 남겼으면 해요.”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최근 일흔 번째 생일을 맞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 앞서 케익에 손을 얹고 활짝 웃고 있다.최근 일흔 번째 생일을 맞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 앞서 케익에 손을 얹고 활짝 웃고 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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